
벼랑 끝이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다. 지난달 27일 인천은 수원FC에게 패하며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스플릿 포함 정확히 10경기. 매 경기가 ‘결승리그’다. 그리고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천이 믿을 수 있는 카드는 역시 케빈 뿐이다.
인천의 주포는 단연 케빈이다. 이번 시즌 24경기에 나서 8득점 7도움을 올렸다. 팀 내 득점 1위다. 눈에 띄는 공격 포인트는 아닐지 모른다. 그의 가치는 팀플레이 측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주변 공격수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파워풀한 포스트플레이로 2선 공격진을 적극적으로 돕기도 한다. 앞선 수원FC와의 경기에서는 머리에 피가 나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붕대를 감고 뛰는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문제는 케빈 다음이 없다는 점이다. 인천은 지난 7월 초 재정안정과 경영정상화 계획을 수립하면서 선수단 규모를 30명 선으로 줄였다. 전남 드래곤즈(27명) 다음으로 작은 규모다.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이 높아진 것은 물론, 다양한 전술과 자원을 마음껏 펼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케빈 위주의 공격전술은 이미 상대 감독들과 수비수들에게 노출된 지 오래다.
다행인 것은 A매치로 인해 약 2주간의 휴식기를 가졌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여기에 수비수 배승진과 안재준이 경찰청을 전역해 복귀했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했던 만큼 즉시 전력감이다. 쓰리백 수비를 기본으로 삼는 인천으로서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부분이다. 공격수 벨코스키와 진성욱을 활용해 케빈에게 쏟아지는 집중 견제를 분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인천은 오는 10일 인천전용구장에서 FC서울과 일명 ‘경인더비’에 나선다. 인천은 최근 4연패 포함 7연속 무승(2무5패)을 기록하는 등 흐름이 좋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서울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다. 올 시즌 두 번의 맞대결에서 인천은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 ‘강등’의 그림자가 바로 뒤까지 도래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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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체육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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