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승엽의 속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포츠월드=대구 권기범 기자] 이승엽(40)의 스트레스, 곧 삼성의 스트레스다. 그만큼 잘 안 풀리는 팀상황에 최고참 이승엽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은 힘겹다. 26일 현재 37승1무52패 승률 0.416으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최하위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시즌 초부터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했고 토종선수들 역시 매한가지다. 지금 시점에도 4번 최형우가 허리통증으로 1군에 없고, 배영섭과 조동찬도 손가락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있다.

힘든 상황에서 더욱 속상한 일은 역전패다. 26일 대구 NC전만 해도 4-2로 앞서다 5-4로 역전패했다. 불펜전력이 약해졌고, 또 방망이 역시 추가점을 못 내주면서 최악의 결과로 치달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난타를 당하면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도 있지만, 박빙에서 무너지다 보니 남는 게 없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삼성에 역전패는 거의 없었다.

이런 삼성을 두고 외부에서는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왕조’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팀내 최고참 이승엽은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최근 이승엽은 빠진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주심에게 ‘정말 스트라이크가 맞느냐’고 항의까지 했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이승엽 선수가 그러는 것을 처음 봤다. 정말 본인도 안 풀리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모양”이라고 팀에 대한 걱정과 함께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이승엽은 책임감이 무거운 선수다.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전성기를 보냈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하며 ‘국민타자’로 박수를 받았다. 한국에서 두 번 나오기 힘든 선수라는 평가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런 이승엽이 현역 생활의 끝자락에서 팀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타율 0.287(342타수 98안타) 16홈런 70타점으로 팀원으로서의 역할은 잘하고 있지만 팀이 지면 의미가 없다.

이승엽은 지난 시즌 후 2년 FA 계약을 맺고 사실상 내년 시즌까지 현역 생활을 하기로 했다. 이 시기에 팀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책임감이 큰 사람이기에 속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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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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