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이례적으로 하루 두 건의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날 두 건의 벤치클리어링 속에 주장들의 명암도 엇갈렸다. 흥분한 쪽은 많은 것을 잃었고, 흥분하지 않은 쪽은 얻는 것이 많았다.
인천에서는 양팀 주장들이 격렬한 벤치클리어링 중심에 섰다. LG가 7-4로 앞선 5회말. LG 주장 류제국이 던진 공이 SK 김강민의 왼쪽 옆구리를 강타했다. 이후 1루로 걸어가던 김강민이 1년 후배인 류제국을 쳐다보며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고, 곧바로 근래 보기 드문 주먹질까지 했다. 두 선수는 퇴장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 7회초 1사에서 NC 최금강이 정근우의 등 뒤로 공을 던졌고, 이 공은 정근우의 허리를 강타했다. 보복성 투구가 의심됐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나 주장 정근우의 대처가 돋보였다. 한화 벤치를 향해 손짓으로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뒤 1루로 나가면서 확전을 막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인천에서 흥분한 두 명의 주장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류제국은 7-4로 앞선 상황에서 5회를 채우지 못해 승리 투수가 될 기회를 날렸다. 모처럼 든든한 타격 지원을 받았지만, 잠시의 흥분으로 시즌 5승 기회가 날아갔다. 부상 복귀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하며 지난주 팀의 연승 행진을 이끌었던 김강민은 이날 조기 퇴장으로 팀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여러번의 찬스를 놓친 SK는 2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정근우의 침착한 행동으로 한화 선수들은 더 냉정해 질 수 있었다. 한화는 8회 2점, 9회 1점을 추가 8-2의 승리를 따냈다. 완승이었다. 2연패에서 탈출했고, 상대의 16연승을 저지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정근우는 경기 뒤 구단을 통해 “공을 맞은 부분은 크게 개의치 않고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라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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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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