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제국 “주장 스트레스, 잠도 설칠 정도지만…”

[스포츠월드=박인철 기자] 

주장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외로운 자리다. 개인과 팀의 성적은 물론, 팀 분위기까지 생각해야 한다. 팀 성적이 좋을 때는 누구보다 뿌듯하지만 팀이 연패에 빠져있을 때는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생긴다. 

KBO리그 유일의 투수주장 류제국(33·LG) 역시 지난 4월 자신의 부진(4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 5.79)이 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자책하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트레스성 알러지까지 생겼을 정도다. 

류제국은 “왜 투수가 주장을 하면 힘든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야수들은 한 경기 부진해도 다음날 만회할 수 있지만 투수는 다음 로테이션까지 기다려야 한다. 선발 등판 전날에는 잠도 설치게 되더라”며 투수 주장의 고충을 얘기했다. 

그러나 류제국이 주장을 맡고 나서 팀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는 부정할 수 없다. 쿨한 마인드로 격의 없이 후배에 먼저 다가가 벽을 허물고 감독과 선수의 중간자 입장에서 의견 교류도 탁월하게 진행한다. 이로 인해 조용했던 더그아웃에 활력이 생겼고 긍정적 마인드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20대 야수 채은성은 “지난 시즌에는 연패에 빠지면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었는데 올 시즌은 ‘지면 어때, 내일 이기면 되는데’라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류제국 효과’를 설명하기도 했다.

류제국 역시 “물론 투수 주장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인드도 긍정적으로 변했다”면서 “예전에는 ‘주장인데 실점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피해다니는 피칭이 많았고 상대 선발보다 더 길게 던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2군에 있는 동안 ‘왜 이렇게 힘들지’ 생각해보니 스스로 부담을 만들고 있더라.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이제는 내가 못 던져도 다음 투수가 잘 던져주고 타자들이 잘 쳐주면 된다고 편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긍정적 변화는 호성적으로도 연결됐다. 류제국은 2군에 다녀온 뒤 치른 3경기에서 1승1패 19이닝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했다. 최근 2경기에선 단 1실점이다. 하늘로 치솟았던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4.06까지 낮췄다. 규정이닝(38이닝)에 ⅓이닝 모자라지만 팀 내 평균자책점 1위다. 

류제국은 “주장은 어려운 자리다. 그러나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배들도 물심양면 도와주고 후배들도 잘 따라와 준다. 나는 개인성적을 떠나 팀의 분위기를 좋게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집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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