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상상이 현실로… 디즈니, '정글북' 역사를 새로 쓰다

[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늑대 무리와 어울려 정글을 살아가는 인간 소년 모글리, 그 모습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어떨까? 2D에서 3D로, ‘정글북’이 생생한 모습으로 살아났다.

1894년 발간된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정글북’은 늑대에게 길러진 인간의 아이 모글리와 그의 정글 친구들이 함께하는 모험을 그린다. 극장 및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여지며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자와 관객들로 하여금 야생 소년 모글리의 정글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이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레피센트’ 등 디즈니 라이브 액션을 통해 높은 수준의 실사 영화를 선보여온 디즈니가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나섰다. 그리고 지난 18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영화 ‘정글북’은 그 상상들이 현실에서 완벽하게 구현된 모습이었다.

그 동안 동물이나 상상 속 캐릭터를 실사로 구현한 영화는 많았다. 그러나 ‘정글북’이 놀라운 점은 광활하게 펼쳐진 정글의 풍광과 수많은 동물 캐릭터들까지, 아역 배우 닐 세티가 연기한 모글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CGI 특수효과로 이뤄졌다는 것. 제작진은 원작 소설의 배경인 인도 방갈로르의 실제 정글 사진을 10만장 이상 촬영해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모션캡처와 실사 합성 등 최첨단 제작기술을 도입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버추얼 정글’을 완성했다. 덕분에 울창한 정글숲 속 나무 한 그루부터 유창한 영어를 선보이는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입모양과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뻗은 풍성한 털까지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은 것은 없었다.

아역 배우 닐 세티 역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만큼 깡마른 몸에 꾸며지지 않은 야생의 눈빛을 지닌 모글리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정글북’을 통해 처음 연기에 도전한 신인인데다 영화 속 유일한 실존 캐릭터로 닐 세티에게는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물들과의 물리적인 호흡은 물론, 감정적 호흡까지 가이드를 제시해준 퍼핏 마스터(인형극 공연자)들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 동물과 교감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극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이렇듯 풍성한 볼거리뿐만 아니라, ‘정글북’을 통해 스릴, 모험, 짜릿함, 웃음은 물론 감동까지 함께 느낄 수 있길 바란다는 연출자 존 파브로 감독의 바람 또한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종을 초월한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모글리의 성장이야기가 그려진 ‘정글북’의 본래 스토리 또한 충실하게 담겨 감동과 재미를 자아내는 것. 여기에 빌 머레이, 밴 킹슬리, 이드리스 엘바, 스칼렛 요한슨 등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 연기까지 더해져 영화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120년간 사랑받아온 원형의 스토리에 원작의 감동을 뛰어넘는 시각적 볼거리로 ‘정글북’은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가 익히 알아온 캐릭터와 스토리, 모두 그대로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정글북’은 그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 15일 먼저 개봉된 미국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역시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6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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