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현장 돋보기] 끔찍한 야유, 생애 '최악의 개막전'을 치른 김현수

[스포츠월드=볼티모어 정세영 기자] 설상가상이다. 이제 볼티모어 팬들까지 등을 돌린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스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미네소타와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식전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25명의 선수 소개였다. 외야 가운데 펜스에서 대기한 볼티모어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려 질 때마다 기수단을 통과한 뒤 팀의 주황색 카펫을 밟고 마운드 쪽으로 달려 나왔다.

김현수의 이름도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호명됐다. 그런데 다른 선수에게 환호를 보내던 약 4만여 관중은 김현수의 이름이 불리자 “우~”라는 야유를 쏟아냈다. 이날은 김현수가 홈 팬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 그러나 그는 환영의 박수 대신, 야유를 받아야 했다. 반면, 김현수 대신 좌익수로 나선 조이 리카드는 큰 박수와 함성 속에 등장해 대조를 이뤘다.

김현수는 지난해 12월 볼티모어와 2년간 7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서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보장되어 있었다. 김현수가 원하지 않으면 구단이 임의로 마이너리그에 내려 보낼 수 없다는 조항이다.

이 거부권이 김현수를 살렸다. 김현수는 출루 능력을 갖춘 좌익수가 필요했던 볼티모어 사정상 주전 자리가 확정적인 듯했다. 그러나 시범 경기 첫 7경기에서 21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고, 빠른 타구 적응 등 수비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룰5 드래프트로 탬파베이에서 영입한 리카드는 시범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김현수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이렇게 상황이 급변하자, 현지 언론에선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검토했다는 설이 나왔다. 댄 듀켓 단장은 현지 언론을 이용해 김현수의 마이너리그행을 흘리며 압박했다. 벅 쇼월터 감독도 김현수를 벤치에 대기시켜 단장의 보조를 맞췄다. 주변 압박을 통해 김현수로부터 ‘마이너리그행 동의’을 받으려는 계산이었다.

이에 김현수는 ‘거부권’을 사용했고,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하지만 현지 팬들은 김현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시즌 개막도 하기 전에 팀에 분란을 일으킨 ‘문제 선수’로 낙인이 찍힌 모습이다.

경기 전 한국 취재진을 만난 김현수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김현수는 “스프링캠프에서 좀 더 잘 했어야 하는 데 타석에서 너무 쫓겨 성적이 안 나왔다”면서도 “벤치에서 보고 배우면서 기회가 왔을 때 증명해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예상대로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리카드가 9번 좌익수로 배치됐다. 김현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을 개의치 않는다”면서 “엔트리에 있으면서 자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를 바라보는 긍정의 시선도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cbs 라디오 105.7 더 팬’의 진행자인 제리 콜먼은 “KBO리그에서의 김현수는 매력적인 선수였다. 아직 그 실력이 발휘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제 공은 김현수에게 넘어왔다. 주변의 불쾌한 시선과 반응을 이겨내는 방법은 실력으로 이겨내는 길 밖에 없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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