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애니 '괴물의 아이', 일본 제국주의=인간의 검은 마음?

[스포츠월드=한준호 기자] 일본의 전통 신앙에 꽤나 일본스러우면서 철학적인 물음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25일 개봉한 ‘괴물의 아이’는 현 세계가 짐승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로 나뉘어 있는 가운데 인간과 짐승, 그리고 신의 이야기다. 첫 장면부터 상당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데 바로 짐승의 세계를 소개하는 신이다. 짐승의 세계는 수장이 있고 그 수장이 임기가 다할 무렵에는 스스로 여러 신들 중 자신이 선택한 신이 될 수 있다. 대신, 자신의 후계자를 뽑아야 한다. 멧돼지의 모습을 한 이오젠이 유력한데 늑대의 외모를 갖고 있는 쿠마테츠도 만만치 않다. 이오젠에게는 자식 둘에 제자들도 수두룩하지만 쿠마테츠는 제멋대로여서 자식은 커녕, 제자들이 하나도 없다. 수장은 쿠마테츠에게 제자를 갖게 되면, 이오젠과 대결을 해서 수장이 될 자격 여부를 가리겠다고 선언한다.

‘괴물의 아이’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9살 소년 렌은 엄마를 교통사고로 잃고 아빠는 멀리 일 나간 상황에서 외가 친척들에게 끌려갈 운명에 처한다. 기다리는 아빠는 소식이 없고 아빠를 대놓고 경멸하는 외가 친척들이 싫기만 한 렌은 그만 도망치고 만다. 시부야 거리를 헤매던 렌은 “모든 게 싫다”고 큰 소리를 치고 그 소리는 검은 그림자가 돼서 한쪽 벽에 봉인된다. 인간 세계에 잠시 놀러온 쿠마테츠는 렌을 발견하고 농담 삼아 “내 제자 할래?”라고 묻는다. 갈 곳 없던 렌은 그렇게 쿠마테츠를 따라 나선다. 쿠마테츠에게 일방적으로 ‘큐타’라는 이름까지 얻게 된 렌은 옥신각신 끝에 쿠마테츠의 제자가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청년이 된 큐타는 다시 인간 세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주인공 큐타 자체가 전후 일본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군국주의와 사무라이 정신을 내세웠던 제국주의 일본은 1945년 패전으로 끝장이 난다. 민주주의와 평화헌법으로 다시 태어난 일본의 현재가 큐타에게서 엿보인다. 짐승의 세계는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가 되기 이전, 일본 민중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떠올리게 한다. 수장이 여러 신들 중 자신이 원하는 신을 고른다는 짐승 세계의 규칙은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렌 역시 처음 짐승 세계에서는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인간의 검은 마음이 모든 걸 집어삼킨다는 짐승들 사이의 믿음 때문이다. 실제 인간의 욕망, 열등감, 증오 등 검은 마음은 일본 제국주의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그 검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느냐가 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테마다.

여러모로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재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은유와 상징은 정교하게 일본의 현 상황을 그려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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