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시작은 김병국 과장(배성우)의 초점 잃은 눈동자, 그리고 그의 저녁 귀갓길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노모까지 집안은 김 과장의 귀가와 함께 새로운 활기를 띈다. 멍한 김 과장에게 잠시나마 미소를 되찾아주는 아홉살 아들의 인사와 뒤이은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의 걸음이 이내 김 과장에게서 미소를 거둬간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김 과장의 손에는 어느새 망치가 들려있다. 단란하게 과일을 깍아 먹으며 TV를 시청하던 가족들로 향하던 김 과장. 그리고 끔찍하면서도 둔탁한 소리가 아파트 전체를 퍽퍽 울리고 만다.

다음날 김 과장의 사무실은 소란스럽다. ‘지옥철’을 뚫고 힘겹게 지각을 면한 인턴직원 이미례(고아성)는 뉴스에 나온 자신의 가족을 끔찍하게 살해한 후 사라진 범인이 김과장이라는 사실을 듣고 놀란다. 광역수사대 형사 최종훈(박성웅)이 조사를 시작하지만 정규직 직원들은 입을 꼭꼭 다문다. 정규직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종훈은 이미례를 조사하지만 알듯 모를듯한 말만 듣는다. 그런 와중에 김 과장이 다니던 회사의 CCTV에서 그가 범행 후 회사로 들어왔음을 발견한 최종훈. 그리고 사무실에서 김 과장과 연관된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 그리고 일상적으로 상사나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벌여왔던 만행이 인과응보처럼 되돌아온다. 영화의 탄탄한 이야기, 그리고 캐릭터들이 겪게 되는 복합적인 심리 상태가 상상할 수 없는 공포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영화다. 9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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