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빈즈엉전 무승부가 ‘이득’인 이유

〔권영준 기자〕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빈즈엉(베트남)과의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서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뒤 “진 경기와 다름없다”고 낙담했다. 과연 이번 무승부가 최 감독의 말대로 실망할 결과일까.

애초 전북은 이번 원정에서 최전방 공격수인 이동국을 포함해 이재성 한교원 등 핵심 자원을 국내에 잔류시키고 1.5군으로 나섰다. 에두를 중심으로 에닝요 이승현 등을 공격진에 배치했고, 수비에는 윌킨슨 조성환 이재명 등이 나섰다. 외국인 선수를 중심으로 전술을 짠 최 감독이다.

그리고 최 감독의 의도대로 에닝요가 코너킥 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낚는 듯했다. 다만 경기 종료 직전 아쉽게 실점하며 승점 1점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만약 이날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조별리그 남은 두 경기에서 1무만 거둬도 자력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최 감독 역시 이 부분을 가장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이날 결과가 전북의 시즌 초반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까. 오히려 팀의 핵심인 이동국과 이재성, 그리고 한교원의 체력을 비축한 것이 더 큰 이득이다. 전북은 오는 12일 광주FC 원정 경기를 치른 뒤, 15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 18일 제주 유나이티드 홈 경기를 치른다. ‘이틀 휴식 1경기’ 일정이 이어진다. 또한 21일에는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ACL 5차전 원정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말 그대로 살인 일정이다.

ACL에서는 안정권에 접어들었지만, K리그에서는 초반 분위기 조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3승1무로 승점 차이 없이 골득실에 의한 조 2위지만, 다가올 3연전(광주-부산-제주)이 만만하지 않다. 특히 챌린지에서 올라 온 광주FC는 예상 밖에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만약 빈즈엉 원정에서 1군을 투입했다가, 체력 부재로 광주에 일격을 당한다면 1패 이상의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 이에 최 감독은 빈즈엉전에 한발 물러섰다가 광주-부산-제주로 이어지는 K리그 일정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빈즈엉전을 마친 최 감독의 낙담이 ‘엄살’일지, 반대로 ‘신의 한 수’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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