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홀한 경험이었다. 영화의 장벽을 과감히 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세계를 맛본 순간이었다.
우주로 향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상상력이 담긴 ‘인터스텔라’가 28일 서울 CGV 용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첫 공개됐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셉션’에 이어 또 다시 전설을 만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는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전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의 웜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가장 신비한 사건에 갑자기 인간이 관여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인터스텔라’는 그야말로 황홀함 그 자체였다. 영화의 틀을 넘어,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스크린 속에 담았다. 169분이란 긴 러닝타임이지만, ‘인터스텔라’를 보기 위한 3시간은 단 한 순간, 1분 1초도 아깝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이런 영상이 담길 수 있는지 내 눈을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역대급 최고의 영화, 생애 최고의 영화란 수식어를 당연하게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수작임이 분명했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 위에 펼쳐진 광활한 우주는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황폐해진 지구,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떠나는 우주, 그리고 새로운 행성과 블랙홀. 모든 것이 새롭고, 또 창의적이었다. 실제로 우주로 나아가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는 것처럼, 모든 것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게다가 새롭게 발견한 행성들의 모습은 굉장히 신선했고, 각기 다른 행성의 환경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떻게 이런 영상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놀란의 미친 상상력에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였다.
아카데미가 사랑한 배우 매튜 맥커너히도 ‘인터스텔라’를 통해 다시 한번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감히 생애 최고의 연기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떠나야 하는 아버지의 모습, 새로운 삶의 터전을 발견해야 하는 탐험가의 모습, 동료들을 다독이며 항해를 이어나가야 하는 리더의 모습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스토리와 영상에 묻히지 않고,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준 매튜 맥커니히의 명품 연기가 ‘인터스텔라’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또한 앤 해서웨이도 매튜 맥커너히와 함께 극의 한 축을 당당히 담당했다.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앤 해서웨이의 모습은 영화관을 나선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을 정도.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앤 해서웨이의 열연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러면서 ‘인터스텔라’는 인간에 대한, 인간다운 것에 대한,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졌다. 자칫 단순할 수 있는 SF 영화의 한계를 넘어, 감히 아트의 경지에 이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철학까지 담았다. 덕분에 169분이란 시간이 헛되지 않고, 또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감히 자리를 떠날 수 없는 깊은 감동마저 선사했다. 영화의 한계를 넘어선, 크리스토퍼 놀란의 과감한 도전정신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역사를 만든 것 같다. 11월 6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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