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과 상하이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아모레퍼시픽의 행보는 ‘깃발꽂기’ 수준이 아니었다. 그들은 중국을 발판으로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제국’ 건설을 꿈꾸고 있었다. 목표가 큰 만큼 아모레퍼시픽은 초반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고 차근 차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마오쩌둥의 홍군이 18개의 산맥을 넘는 ‘대장정’이라는 과정을 거쳤던 중국의 현대사처럼 말이다. 홍콩과 상하이는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본토를 진출, 나아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K-뷰티 로드’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도시다.
▲홍콩, 만리장성의 닫힌 성문을 여는 ‘열쇠’
아모레 퍼시픽은 1993년 중국 선양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먼저 노크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는 “여러번 상하이나 다른 지역으로 나오고 싶었지만 그 후로 10년이 지나 상하이로 나왔고 다시 10년간 중국인에대한 고민과 조사, 힘을 축적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고민과 조사, 힘의 축적에는 홍콩 시장에서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홍콩은 전 세계 브랜드의 각축장이다. 지난 20일 저녁에 찾아간 쇼핑몰 ‘하버시티’에는 ‘설화수’와 ‘마몽드’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이 미국과 유럽, 일본의 유명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현지인들은 설화수의 대표제품인 ‘윤조에센스(60㎖)’ 등의 제품명에 이미 익숙했다. 가격은 1000 홍콩달러(약 13만원)로 우리나라보다 비싸지만 “동양사람의 피부에 잘 맞는다”는 것을 장점으로 인지해 꾸준한 재구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이 홍콩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02년이다. 12년 후인 현재 라네즈의 홍콩 매장은 총 24개로 매장당 월매출도 1억원이 넘는다. 라네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가 지난 2004년 첫 해외진출국으로 공략한 곳도 홍콩이다. ‘이니스프리’도 지난해 4월 홍콩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코즈웨이베이와 몽콕에 각각 신규 매장을 동시에 오픈했다. ‘에뛰드’는, 오픈 이전부터 입소문과 사전 홍보활동을 통해 페이스북에 2만명의 에뛰드 팬이 집결했고, 오픈 당일에는 2000 명 이상의 고객들이 매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도 오는 11월 홍콩 IFC몰과 레인크로포드 백화점에 첫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의 홍콩 사업 경험과 성공은 중국 진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모레퍼시픽의 5대 대표 브랜드(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는 홍콩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3년간 중국 시장에서 연평균 31%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월 홍콩사업초창기 진출에 이용했던 조인트벤처 지분을 인수해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상하이 뷰티사업장, 대륙 전체를 향한 ‘전초기지’
지난 10월 준공된 상하이 뷰티사업장은 연구, 생산, 물류가 모두 이뤄지는 중국 공략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중국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약 1300억을 투자해 이 시설을 만들었다. 상하이 중심부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상하이 쟈딩구 마루쩐에 위치한 이 곳은 대지면적만 축구장 12배(건축면적 4만1001㎡)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총4개 층으로 나눠진 이 사업장은 1,2층에는 생산동과 포장재및 물류창고가 있고 3층에는 복지공간, 4층은 연구소와 사무공간이다. 기능으로 보면 ‘공장’의 역할이 크지만 외관은 호텔이나 갤러리 뺨치는 감각적인 건축물이다. 모든 공간은 눈부신 흰색으로 처리되어 있어 깨끗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널찍한 공간배치 역시 인상적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 22일 사업장 오픈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람이라는게 자기가 안정감을 느끼고 이 곳에 일원이라는 안심감을 느끼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몰입도가 올라가면 모두가 즐겁게 일한다. 좋은 결과와 이직율을 줄여나갈 수 있다. 직원의 만족과 고객의 만족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사업장을 운영한다”라며 직원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업무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시설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 효율성과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시스템 구축 , 물류 거점 확보를 통해 중국 고객에게 ‘절대품질’의 제품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생산라인은 연간 1만 3000톤, 본품 기준 1억 개의 생산 능력(기존 공장에 비해 생산량, 생산 개수 및 연면적 10배 확대)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셀(cell) 생산 방식과 중국시장의 급속한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대량 생산 방식 등을 모두 고려해 구축되었다. 상하이 뷰티사업장에서는 마몽드 제품과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제품 중 중국 현지에 특화된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은 “어디서 만드냐가 중요하지 않고 어떠한 브랜드냐가 중요하다는 시대라고 저희가 이미 5개의 브랜드 중 3개는 중국에서 생산을 한다. 하지만 그 이유로 고객이 싫어하는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일본이나 미국 브랜드 역시 다 여기서 만들어 판다. 고가품은 들여오지만 중가, 매스티지 브랜드는 여기서 만든다”라고 현지 생산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문제 없음을 설명했다.

이 사업장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물류다. 기존에는 물류 배송이 7일 이상 소요되었으나, 현 물류센터는 선양과 청두에 있는 지역 물류 센터와 연계해 평균 3~4일이면 중국 전 지역 내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유통 환경 변화에 긴밀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연구소는 향후 중국 내 대학, 병원,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중국 고객에 대한 피부 및 모발 연구, 중국 출시 제품들에 대한 유효성, 안전성을 연구하며, 중국 내 신제품, 히트 제품 및 고객 특성과 선호도, 트렌드에 대한 조사와 정보수집도 정기적으로 진행하여 중국 고객에 대한 연구도 이뤄진다. 또한, 다양하고 효과적인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에도 신경을 썼다. 이 사업장은 단계적인 증설 계획도 추진될 예정이다.
홍콩·상하이=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상하이 뷰티사업장 전경
이니스프리 홍콩 코즈웨이베이 플래그십스토어
상하이 뷰티사업장 연구시설.
상하이 뷰티사업장 생산시설.
상하이 팍슨 백화점 설화수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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