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엔 콘서트 무대, 야구장은 조명탑 꺼져… 프로스포츠 왜이럴까

축구장에는 콘서트 무대가 들어찼다. 야구장엔 조명탑이 꺼져 경기가 중단됐다. 보고 즐겨야할 팬들의 짜증이 늘어나고 있다.

프로 스포츠 시설 관련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우선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울산 현대가 맞붙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오는 주말(9∼10일) 열릴 예정인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콘서트 준비 작업으로 인해 축구팬들로 가득 차야 할 관중석엔 철근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무대가 설치 중인 E석(동측 관중석)은 본부석 맞은 편으로 ‘황금 관중석’으로 통한다. 한국 축구팬은 콘서트 무대에 볼 권리를 빼앗긴 것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FC서울이 연고지로 사용하고 있지만, 관리 유지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시설관리 공단 서울월드컵경기장 대관 허가 기준에 따르면 1순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월드컵, 올림픽, 국가대항전등) 및 대형행사(3만장 이상 관람권 발행 행사)이고, 2순위가 아시아경기대회 결승, 외국유명 팀 초청경기, 공공행사다. 이어 3순위 프로축구, 국내 큰 대회 결승, 국제대회 예선전, 문화예술행사로 명시돼 있다. 즉 서울월드컵경기장 연고지 입성기금 50억을 지급하고 정착한 FC서울은 문화예술행사와 같은 대관 기준에 있다는 뜻이다. 즉, 이번 콘서트와 같이 규모가 크고 대관료 지급이 많은 문화행사가 있다면, 언제든 FC서울 연고지는 뺏길 수 있다는 뜻이다. FC서울 측은 “시설관리공단에 다시는 이런 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을 받았다”며 “축구팬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규정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에서도 시설 미비가 팬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지난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전에서 조명탑이 고장 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돼 이튿날 속개하기로 하는 일이 벌어졌다. 6개의 조명탑 가운데 3루측 뒤편 조명탑이 꺼져 49분간 경기를 멈춘 채 수리에 나섰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해 끝내 경기를 계속하지 못했다. 밤늦도록 점검한 결과 습도 높은 더위 속에서 전기선이 서로 붙어 문제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4일 문학구장에서 예정된 SK와 NC의 경기는 비가 그쳤음에도 커다란 웅덩이가 파이는 등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취소됐다. 광주구장에서는 이달 초 북상한 12호 태풍 나크리의 초속 30m의 강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구장 지붕의 패널이 떨어져 나갔다. 시설물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2∼4일 경기를 모두 취소해야 했다.

이는 한국 프로스포츠 연고지 사용 구장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동장은 공공·문화체육 시설로 분류되며 건설·보수·유지의 주체는 국가 또는 지자체여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단에서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뿐만 아니라 운영권을 행사기도 힘들며, 경기장 개보수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간과 돈이 배로 낭비된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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