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삼성 장원삼, 부활의 특효약은 ‘개밥?’

“구속이 늦어서 이 꼬라지예요.”

장원삼(31·삼성)이 툭 던진 말에 취재진은 물론 동료선수들까지 ‘빵’ 터졌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조난자 같은 모습으로 말을 하니, 진지한 내용이지만 표정관리가 될 리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최근 장원삼은 3경기 연속 9승에 머물러있다. 내용도 좋지 않다. 특히 지난 23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패전은 면했지만 1과3분의1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고, 29일 대구 LG전에서는 직구구속이 130㎞대 중후반까지 낮아지는 등 힘들게 운영했다. 물론 이때는 6이닝 3실점으로 버텨냈지만 평소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뜩지 않았다.

결국 30일 사단이 났다. 김태한 코치가 장원삼에 “개밥 한번 하자”고 제의(?)한 것. 장원삼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긴장을 한 뒤 그라운드로 나섰고,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한 30여분이 지나자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꼴이 돼 돌아왔다.

선수들이 흔히 일컫는 ‘개밥 훈련’은 일종의 정신력 강화 훈련이다. 왼쪽과 오른쪽 극과극을 넘나드는 개인펑고를 시작으로 코치가 직접 공을 1구마다 반대로 던져 잡게하는 훈련이다. 당하는 선수는 왼쪽과 오른쪽을 단내나도록 뛰고 점프를 해야하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다. 일종의 ‘X개 훈련시키는 것 같다’고 해서 ‘개밥’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장원삼이 ‘개밥’의 주역이 된 것은 구속저하가 컸다. 특히 삼성 마운드에서 이 훈련을 종종 하는 선수는 장원삼 뿐이다. 한여름 구속이 떨어졌을 때 정신력을 키우고 구속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훈련이 더할 나위 없다는 것이다. 힘든 고농도 단기훈련이 멘탈을 각성시키는 느낌이 들어 체력까지 생긴다는 이색이론이다. 오히려 체력이 고갈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장원삼은 “아니다. 깡다구가 생긴다”고 가쁜 숨을 쉬면서도 효과를 인정했다. 장원삼은 “아따 죽겠다”를 외치면서 그라운드에 드러눕기도 했다. 실제로 다음 등판 때부터 ‘개밥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대구=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삼성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