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2년생 분당 동네친구 셋이 모여 밴드 잔나비를 결성한 것은 지난 2012년 여름. 재능 많은 원숭이띠 소년들은 함께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하면서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 최정훈은 FT아일랜드, 씨엔블루의 FNC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됐고 김도형은 캔엔터테인먼트에서 양화진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형기획사에서 데뷔할 수 있는 찬스가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잔나비가 더 소중했다.
‘슈퍼스타K5’에 출연한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방송에 나가는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오디션에 참가했다”라는 사연이다. 그러나 잔나비는 초반에 탈락하고 말았다. 보컬 최정훈만 홀로 톱7까지 올라갔지만 잔나비라는 이름 대신 ‘플랜비’라는 낯선 그룹의 명찰을 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슈퍼스타K5’는 잠시 잔나비를 찢어놓았다. 예민한 상황이었고 다툼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엄청나게 성숙했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 과정에서 좋은 곡도 많이 쓸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잔나비를 알아봐주는 팬들이 늘었다. 거리공연을 할 때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다.
잔나비 멤버들은 “처음에는 방송을 우습게 봤다. 음악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자만했고 방심했던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잔나비만의 색(色)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해답은 길거리 공연에서 찾았다. “‘슈퍼스타K5’를 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이 컸다. 그때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버스킹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잔나비는 70회가 넘는 클럽 라이브 공연과 80회 이상 버스킹을 하며 실력을 쌓았다. 이렇게 축적된 내공을 모아 최근 싱글 앨범 ‘로켓트’를 내놓았다. 작곡, 녹음, 편곡까지 잔나비 멤버 스스로 해낸 값진 결과물이었다.
첫 앨범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텐데 ‘로켓트’는 멜론 인디차트 11위까지 오르는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잔나비는 “우리끼리 만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과 조금이라도 소통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특히 우리가 의도했던 바가 사람들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소중하다”라며 기뻐했다.
‘로켓트’는 남녀 간의 사랑을 잔나비만의 익살스러움과 유쾌한 상상력으로 표현해낸 곡. 잔나비는 “가사를 일부러 유치하게 쓴 부분도 있는데 사람들이 귀엽게 봐준 것이 감사하다. 노래 중간에 반전적인 요소를 준 것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우리 색깔이 드러났다는 점이 보람있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잔나비는 스스로를 아이돌 밴드와 인디 밴드의 중간 단계인 ‘반디(반인디)’라고 정의했다. “둘 중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양지를 지양한다”라고 제법 심오한 가치관을 이야기했다. 이런 잔나비를 히트작곡가 신사동호랭이가 도와주고 있다. 잔나비는 “우리만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받고 싶어 프로듀서 역할을 부탁했다. 우리가 각자 곡을 쓰면 프로듀서가 길을 잡아준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새롭게 공개할 정보 한 가지. 최정훈은 FNC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를 앞둔 신인밴드 엔플라잉의 멤버였다. 보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엔플라잉을 떠난 것이 아쉽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최정훈은 “내가 계속 했었으면 오히려 엔플라잉을 망칠 수 있었겠다”라고 조금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최정훈은 “나와 그 친구들의 음악 색깔이 완전히 틀리다. 한 그룹에서 나만 다른 생각, 독단적인 생각을 한 것 같다. 그 상태에서 계속 갔으면 나도 고집이 세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지만 솔직한 고백을 내놓았다. 최정훈에게는 잔나비가 더 어울린다. 과거 최정훈의 선택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잔나비는 더욱 열심히 음악에 매진할 것이다. 잔나비가 성장하는 모습을 더욱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유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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