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활기 넘치는 영암으로 떠나는 '봄꽃길 역사기행'

문화로 즐기는 氣찬 영암…2014 영암왕인문화축제
4월4일부터 나흘간 열려…'왕인박사' 유적지 체험 등 행사 푸짐

문화로 즐기는 氣찬 영암…2014 영암왕인문화축제

4월4일부터 나흘간 열려…'왕인박사' 유적지 체험 등 행사 푸짐

봄이 치솟고 있다.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려 새 하얀 얼굴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왜 이리 빰을 간질이는지. 팔도강산을 뒤덮는 봄꽃 소식에 마음이 들썩거린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못하고 생동하는 기운을 내뿜는 계절. 역사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남도로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특히 왕인의 기상과 월출산의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영암에서는 영암왕인문화축제와 벚꽃기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일관계가 하수상한 시절인 만큼 일본 고대 문화의 시조로 추앙받는 왕인박사의 국내 유적지에서 펼쳐지는 문화축제는 어느 때보다 남다를 수밖에 없을 터. 문화축제지만 축제인 만큼 볼거리 먹을거리 또한 여느 축제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조금은 특별한 봄꽃 여행길로 안내한다. 

 지난 주 목요일(20일) 아침 용산역에서 KTX에 올라탔다. 왕인박사의 유적지 체험을 위해서다. 광주광산역에 내려 예약한 렌트카를 타고 영암읍내에 들어섰다.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440(동구림리 산18). 왕인유적지 내 왕인기념관. 60대 중반의 7년차 문화해설사가 활짝 웃으며 반긴다. 그의 해설은 역사를 거슬러 관통하는 타임머신의 엔진 역할을 했다. 희미한 오랜 역사 속의 왕인이 안개가 걷히듯 형체를 드러내며 나의 곁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왜 30대 초반의 백제인이 일본으로 건너가야만 했을까. 너무 깊은 상상은 성인 반열의 인물을 자칫 범인으로 추락시킬 우려가 있어 생각을 멈췄다.  

 밖으로 나오니 강한 바람이 또 다른 실존을 증명해준다. 어릴 때 시골에서 마시던 그 공기의 내음이다. 도심의 공기에 찌든 세포들의 즐거운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남도의 산소는 도시에서 묵은 때를 벗겨내주려는 듯 자꾸 세차게 밀려왔다. 고맙고 행복했다. 11시 방향으로 보이는 월출산 자락도 머지 않아 펼쳐질 왕인문화축제를 기다리는 양 상기된 모습이다. “왕인문화축제에 오기만 하세요. 1년 동안 고이고이 모아둔 영암의 정기를 아낌없이 드리리다”는 무언의 외침. 그래서 영암을 ‘기(氣)의 고장’이라 하나 보다. 

 영암은 ‘기(氣)의 고장’으로 이제는 확고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시내 곳곳에서 ‘기의 고장’ 플랭카드며 글씨를 살펴볼 수 있다. 각종 위락시설과 문화시설이 들어선 곳의 이름도 ‘기찬랜드’ 아니던가. 기가 차리 만큼 좋은 명칭이다.

▲ 18세에 오경박사 된 왕인 30대 초반 도일

 뭐니뭐니 해도 영암의 자랑거리는 백제시대 유학자인 왕인박사다. 영암에서 태어나고 자란 왕인박사는 18세에 오경(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박사에 올랐다. 하지만 벼슬을 하지 않고 고향에서 제자들을 기르다 32세 무렵 일본으로 건너갔다.

 왕인이 품고간 천자문 한 권과 논어 열권이 오늘의 일본을 일군 밑거름이 되었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아무튼 왕인은 일본 아스카 문화의 시조로 평가받는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벅벅 우기는 일본인들도 왕인과 그의 후예들에 대해선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영암왕인문화축제


 왕인박사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고 그 뜻을 전승하기 위해 해마다 4월초 벚꽃이 만개할 때면 ‘영암왕인문화축제’가 열린다. 17회째인 올해는 4월4일부터 나흘간 왕인박사 유적지와 상대포역사공원, 도기박물관 등 영암군 일대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역사와 문화와 볼거리 먹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로 가족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영암왕인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군민창작거리극 ‘왕인박사 일본가오!’다. 400여 영암군민과 예술인, 그리고 관광객이 참여하는 초대형 길놀이로 4월 5일과 6일 각 1회씩 선보인다. 왕인박사 탄생부터 학문수학에 이어 도일까지의 과정을 연행과 거리퍼레이드로 연출한다.

 올해 새롭게 마련한 행사도 있다. ‘수능 고득점기원 왕인학등 프로젝트’가 그것. 일본에서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왕인박사에게 수험생들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것으로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호응이 예상된다. 3월 한 달 동안 사전접수를 통해 신청을 받으며 축제기간 동안 현장에서도 접수가 가능하다. 참가자들에게는 수능 D-100일과 D-30일에 달마지쌀로 만든 합격기원 엿과 격문을 전달한다. 
 수험생 부모들의 정성과 수험생 자신의 의자가 영암의 신령스런 기운과 맞아 떨어져 원하는 대학에 쏙쏙 들어가기만 한다면 왕인학등 프로젝트는 앞으로 왕인축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왕인박사가 일본에 전한 백제 선진문물을 대표하는 천자문, 종이, 도기를 테마로 한 ‘왕인 전래문물 놀이마당’, ‘외국인 왕인문화탐험-Hello 왕인’, ‘구림꽃길 힐링걷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특히 올해는 ‘기(氣)의 고장’ 영암을 온 몸으로 느끼는 프로그램을 마련, 단전호흡, 명상 등을 통한 ‘월출산 氣체험’, 전문가가 체질을 진단해주는 ‘사상체질관’, 왕인박사유적지를 출발해 기찬랜드까지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는 ‘氣찬묏길 트레킹’ 등을 통해 영암의 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축제 기간이나 축제를 마치고 꼭 들러봐야 할 곳으로 왕인이 고향마을인 구림마을과 천연 자연풀장인 월출산 기찬랜드, 영암도기박물관, 군립 영암 하미술관, 덕진차밭을 추천한다.  

▲ 왕인유적지


 왕인문화축제의 주 무대다. 월출산 동쪽 문필봉 기슭에 위치해 있다. 왕인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그의 자취를 복원해 놓은 곳이다. 유적지 정문을 들어서면 넓은 광장을 품은 왕인박사전시관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관 왼쪽 편으로 가면 왕인사당이 나온다. 왕인박사의 위패와 영정이 모셔져 있다. 대표적 유적지로 왕인이 일본으로 배를 타고 떠난 포구인 상대포구 등이 있다. 왕인박사를 기리는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2200년 역사의 구림마을


 군서면 동구림리, 서구림리, 도갑리에 걸쳐 12개의 마을로 구성됐다. 왕인박사와 도선국사를 배출한 유서 깊은 곳이다. 마한시대에 형성돼 오늘에 이른 곳은 구림마을이 유일하다. 낭주 최씨, 창녕 조씨, 연주 현씨 등 양반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았으며 각각 사당이 마련돼 각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1565년 조직된 전통의 구림대동계가 아직도 현존하고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시원이 되는 황토자기의 발상지로 영암 도자박물관도 구림마을에 위치한다.

 마을 내에는 전남 8대 정자의 하나인 회사정, 국암사, 담숙제 등 12개의 누정과 전통가옥, 돌담, 고목나무 등이 옛 그대로 남아 있다.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매년 올리는 당산제와 구림 대동계 등 민속문화자원이 전승되고 있다. 구림 대동계는 탄탄한 운영으로 소문이 나 임금님이 행차를 계획한 일화도 전해진다. 그래서 대동계원들의 모임 장소인 회사정에는 궁궐에만 칠할 수 있는 단청이 칠해진 유일한 정자다.

 구림마을 내에는 50여개 소의 한옥 민박촌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다양한 농촌, 전통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사전 예약문의 후 이용. 061-472-0939

▲ 영암의 맛


 -갈낙탕 : 영암의 대표적인 맛 아이콘이다. 한우 갈비와 부드럽고 쫄깃한 무안 뻘낙지를 넣어 끓인 탕이다. 맛과 영양이 만점인 음식이다. 영암 독천에 낙지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학산정(061-471-2877), 독천식당(061-472-4222), 청하식당(061-473-6993) 등이 유명. 1만7000원

 -낙지초무침·매력한우 비빔밥 : 직접 담근 초를 넣어 버무린 새콤달콤한 낙지초무침과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젓가락에 감아 양념해 살짝 구워 내놓는 낙지구이, 낙지 탕탕이 등이 인기다. 매실을 먹여 키운 영암 매력한우를 듬뿍 올려 비벼 먹는 육회비빔밥은 고기 양도 많고 가격 대비 최고의 음식이다. 기찬랜드 입구 한우직판장 식당 등에서 맛볼 수 있다. 8000원. 5000원에 할인해 파는 날도 종종 있다.

 한편 읍내에 있는 영빈관(061-473-2143)의 불낙(불고기+낙지)과 육낙(육회+낙지)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 불낙 1인분 1만5000원, 육낙 싯가.

▲ 어떻게 가나

 -승용차: 서울 출발-호남고속도로→광산IC→ 국도 13호선(나주, 영암, 강진, 해남 방면)→영산포→신북→영암//서울출발-서해안고속도로→목포IC→국도 2호선→지방도 819호선(독천)→영암

 -고속버스: 광천터미널에서 하차 후 영암방면 버스 승차 / 직행버스(영암터미널 061-473-3355∼7360-8114) 광주↔영암(매 20분마다·소요시간 1시간 20분) / 목포↔영암(매 20분마다, 소요시간 50분)

 -KTX(송정리역) : 해당역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 광천터미널 영암 방면 직행버스 승차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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