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술’ 노영석 감독의 두번째 작품인 ‘조난자들’이 14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조난자들’은 펜션에 고립된 허세 여행자 상진(전석호)이 친절한 전과자(오태경)와 의문스러운 경찰(최무성) 등 의심이 가는 인물들과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노영석 감독 특유의 스타일로 오해에서 비롯되는 특별한 긴장과 반전을 선보이고 있는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굉장히 강렬하고 쫄깃했다. 적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스크린 속으로 끌어당기는 묘한 긴장감, 그리고 몰입도가 상당했다. 오해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오해와 억측,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상황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끔찍한 장면이 없이도, 잔인한 모습 없이도, 이 정도의 긴장감을 선사할 수 있는 노영석 감독의 연출력이 눈부실 정도다.
새하얀 설원 위 펜션이란 설정도 눈길을 끈다. 아무것도 없는 산골짜기에 위치한 펜션부터, 등장 인물들이 처한 상황까지 ‘조난자들’이란 제목과 일맥상통했다. 그로 인해 조난이란 키워드가 더욱 쉽게 다가왔고, 영화가 전개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설정부터 인물들 그리고 상황들까지 동일선상에 놓였기 때문인지, 그 어떤 스릴러보다 집중도가 높았다.
‘올드보이’ 최민식의 아역으로 유명한 배우 오태경의 연기도 새하얀 눈처럼, 그야 말로 빛이 났다. 어눌한 말투에, 불확실한 행동들 그리고 과하게 친절한 모습들이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자신의 정체를 밝힐 것 같으면서도 감추는 묘한 긴장감으로 관객들과 밀당하는 재주가 뛰어났다. 오랜 세월 아역으로 갈고 닦은 연기력이 이번 작품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 것 같다.
함께 호흡을 맞춘 여행자 상진 역의 전석호, 의문스러운 경찰 최무성의 연기도 훌륭했다. 개개인의 캐릭터를 내세우기보단, 상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절제된 연기를 펼쳐 영화의 몰입도를 배가시켰다. 그야말로 선택과 집중이 빚어낸 결과인 셈이다.
한국형 스릴러의 새 장을 연 ‘조난자들‘. 지난해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을 비롯해 토론토, 부산, 홍콩아시안,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에 잇달아 초청되며 전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조난자들’은 오는 3월6일 개봉 예정이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