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폼페이: 최후의 날', 왜 재난영화일까

할리우드의 재난영화가 또 다시 탄생했다.

이번에는 가까운 미래가 아니라 오랜 과거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그것도 역사적 사실을.

영화 ‘폼페이:최후의 날’은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도시 폼페이를 배경으로 한다. 서기 후 79년 로마화가 이미 진행된 이탈리아 나폴리 연안에 실재했던 도시 폼페이는 깡그리 화산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16세기에 최초 폼페이 유적의 존재가 알려졌고 19세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너무나 갑작스러운 화산 대폭발로 생명을 잃은 이들의 생활상이 굳은 화산재와 함께 발견돼 역사적 고증은 물론, 당시 로마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로 거듭났다. 

이 영화 역시 화산재에 뒤덮인 연인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의 시작은 화산이 아니라 지금의 영국인 브리타니아에서 잠 자는 한 켈트족 아이가 깨어나면서부터다. 로마군의 습격으로 이 아이는 자신의 부모가 잔인하게 학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당시 로마는 브리타니아와 갈리아(지금의 프랑스와 벨기에 지역)를 식민지로 개척 중이었다. 그리고 노예로 끌려간 이 소년은 장성해서 브리타니아에서 가장 잘 싸우는 검투사 마일로가 된다. 그러다 검투사들을 데리고 다니는 로마인의 눈에 들어 폼페이로 끌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귀족 여인 카시아. 검투사 역시 노예 신분이건만 두 사람은 만남과 동시에 사랑의 스파크가 튐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사실 카시아는 폼페이의 유력 가문의 딸로 로마에서 1년간 머물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마일로에게서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영화 속 로마는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제국으로 나온다. 검투사 경기 역시 로마인들이 가장 즐겼던 스포츠. 그 와중에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영화는 화산 대폭발로 인한 재난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재난영화지만 역시 사랑 이야기가 그 바탕인 작품이다. 이 때문에 어디에 더 비중을 둬야할 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20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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