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식은 ‘젖존슨’을 이기기 위해 절친 희준(권율)과 종합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격투소녀 영자(류혜영)를 만나게 된다. 뚜렷한 목표 없이 살아가는 잉여 청춘 ‘태식’과 욕구 불만을 먹방으로 해소하는 격투소녀 ‘영자’ 그리고 겉보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텅 빈 속을 채우고 싶은 부유한 잉여 ‘희준’까지, 세 사람의 잉여생활이 스크린 속에서 펼쳐진다.
영화 ‘잉투기’는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볼 수 없었던 소재와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또 하나의 세상이 된 지금,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건 위험한 도전이었을 터. 하지만 엄태화 감독은 굳건히 해냈다. 아니 즐기면서 해낸 것 같다. 이와 함께 열연한 엄태구, 류혜영, 권율의 연기도 눈물겹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지만, 남들에겐 잉여라 불리는 청춘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캐릭터도 무척이나 재밌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나간 뒤 얼굴을 들지 못하고 다니는 태식의 모습부터 뛰어난 격투실력을 갖고 있지만 유독 먹방에 집착하는 영자의 모습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캐릭터가 워낙 독특하기에 캐스팅이 중요했을 텐데, 엄태화 감독은 딱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배우와 연기를 볼 줄 아는 선구안이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선 배우 권율의 연기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이젠 신인배우란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권율. 이번 작품에서 맡은 희준 캐릭터는 부유한 잉여 역할이다. 어찌보면 태식과 영자 두 캐릭터 사이에서 붕 떠버리는 애매한 캐릭터가 될 수 있었는데, 권율은 남다른 노력으로 부유한 잉여, 정상적인 잉여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태식과 영자에게 쏠리겠지만, 우리 주변 혹은 자신의 모습과 닮은 캐릭터는 희준이기에 더욱 눈여겨 보지 않았을까 싶다.
‘ING+투기’ 혹은 ‘잉여들의 격투기’. 엄태화 감독이 던진 ‘우리는 지금 싸우는 중이다’라는 메시지처럼, 이 영화를 통해 꿈을 향해 싸워나가는 이 시대 청춘들이 더욱 공감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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