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 천도재 지낸후 막혔던 일이 술술

흔히들 구천을 떠돈다는 말을 농담처럼 한다 텔레비전에서 사극을 볼 때도 구천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대사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구천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구천을 떠돈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혼이 떠돈다는 말이다 죽은 혼이 구천에 머무는 것은 윤회를 하지도 못하고 극락에 들어가지도 못해서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이 목숨을 다하고 이승을 떠난 뒤 49일이면 중유가 끝나고 다음 생이 결정되지만 모든 혼에게 다음 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혼은 구천에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혼에게 편안한 안식이 있기 힘드니 이승을 떠나서도 고단함이 이어진다

고통에 힘들어 하는 혼은 자신이 머무를 곳을 찾게 된다 그런 영혼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무언가를 호소한다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면 어느 누구든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사람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니 마음이 진정되기 어렵다 그런데 시간이 제법 지나고도 마음 한 구석에 걸리는 부분이 남아 있거나 힘든 상태가 계속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천도재를 지내보는 게 좋다 영가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면 돌아가신 분도 편안해지고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우환이 없어지게 된다

꽤 오래전에 어머니 장례를 치른 H씨가 얼마 전에 상담을 청했다 어머니 말년에 후회가 없을 정도로 정성으로 봉양을 했고 편안하게 노후를 모셨는데도 아직도 무언가 잘못한 듯한 느낌이 자꾸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곰곰 생각해보니 자신이 어머니에게 자식노릇을 제대로 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나이가 들고 자기가 자식을 기르게 되면서 깨우친 것이 어머니 마음이었다고 H씨는 말했다 그 전에는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면서 애타는 마음을 전혀 몰랐었다고 한다 젊어서 혼자 된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느라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H씨는 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에게 주먹을 휘둘러 속을 썩였다 졸업을 하고 나서 제대로 된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취직은 하지 않고 어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이런저런 사업을 벌인다고 날린 게 한두 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무 소리 없이 아들의 성공을 빌어주곤 했다

H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이제야 그런 일들이 새삼스럽게 마음을 괴롭힌다고 했다 그런 미안함 또는 죄스러움 때문인지 어머니가 자꾸 꿈에 보인다는 것이다 마음이 불편한 그에게 천도재를 올려 볼 것을 권했다 천도재는 이승을 떠나신 분을 위해 드리는 제례이다 사람이 일생 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며 업을 만들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아가신 분도 그렇고 그 분과 이 세상에서 함께 인연이 이어져 있는 사람도 그렇다 천도재는 돌아가신 분이 남긴 업이 있으면 풀어주어 그 업에 묶이지 않게 해준다 또한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힘든 마음을 풀어주어 안정과 평안을 찾아준다

천도재를 드린 후 H씨는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마음이 아주 편안해 졌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제자리걸음을 하던 사업도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가 확연했다 자식으로서 어머니에 대한 정성을 드렸을 뿐인데 더 많은 걸 얻었다며 H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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