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미화 논란 '바람이 분다'직접 보니…결국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벼랑 위의 포뇨’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5년 만에 신작 ‘바람이 분다’을 내놓았다. 일본에서 지난 20일 먼저 개봉된 작품은 6일 만에 150억 엔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논란이 함께 하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이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작품에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바로 비행기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1903~1982). 태평양 전쟁 당시 가미가제 폭격으로 악명을 떨친 전투기 제로센을 만든 장본인이다.

히로마루(일장기)를 ‘미야자키 월드’에서 볼 줄이야. 팬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야자키 감독은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는 순수주의자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작품 때문에 그의 사상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까지 생겼다.

그런데 실제 작품을 보니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감독은 전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쟁의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어루만진다.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는 비행기만 생각하는 소년이다. 고등어를 먹으면서도 가시의 곡선을 통해 비행기의 날개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할 정도다. 작품은 ‘비행기는 전쟁도구도 아니고 장사수단도 아니다. 바로 꿈이다’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악몽이 되어버렸다. “2만대의 비행기를 만들었다. 그런데 단 한 대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대사가 마음을 후벼판다. 미야자키 감독은 전쟁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큰 저주, 전쟁에 대한 공포를 실감하게 했다.

사랑이 희망이다. 관동 대지진의 대혼란 속에서 운명처럼 만난 지로와 나호코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이 마음을 훔친다. 눈물을 흘릴 관객이 적지 않을 듯 보인다. 물론 이와 별도로 인터넷 상에서의 논란은 피할수 없다. 그런데 직접 작품을 보고 감독의 보내는 진짜 메시지를 고민하기를 바란다. ‘바람이 분다’는 제 7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오는 9월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도쿄=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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