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만 벌자고 창업…월 1000만원 순수익"

치킨앤칩스 남부터미널점 외부 전경
지난해 이맘때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 BC카드 건물 건너편에 60여㎡(19평)크기의 ‘치킨앤칩스’라는 상호의 치킨가게가 들어섰다. 비록 매장의 규모는 작지만 연일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인근의 예술의전당을 오가는 사람들이 들러서인지 매장을 찾는 연령층도 다양하다. 입소문이 난 이후 멀리서 치킨을 포장 하려고 방문하는 손님까지 있다. 이곳에서 장사하는 주인은 신바람이 절로 날수 밖에 없다. 치킨점포가 이 정도면 ‘대박’인 셈이다.

그런데 이곳 치킨앤칩스 남부터미널점 송민호(42) 점주는 겨우 치킨집 창업 1년차다. 먹는 장사 10년을 하고도 하루 아침에 쫄딱 망했던 그다. 지난해 결혼을 하고 ‘안정된 삶을 위해 생활비만 벌자’는 마음으로 치킨앤칩스를 열었다. 그런데 ‘대박’. 창업이후 줄곧 월 순수익으로 1000만∼1200만원을 번다.

지난 5일 송민호 치킨앤칩스 남부터미널지점 점주를 찾았다.

송씨는 대학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IT관련 직장에서 5∼6년 일했지만 뜻을 품고 창업을 시작했다. 30대 초반의 나이로 그가 처음 시작한 업종은 등갈비집, 부천에서 시작했는데 나름 장사가 잘됐다. 7년을 벌고 자신감을 얻은 송씨는 고향인 서울로 입성했다. 지금 치킨앤칩스가 위치한 장소 인근에서 횟집을 열었다. 역시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횟집은 고기집과 다른 점이 많았다. 횟집을 하면 손님들로부터 술을 받아마셔야 하는 때가 많다. 비교적 술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려움은 없었다. 횟집영업 4년차.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찾아왔다. 일본 쓰나미로 원전이 파괴되면서 그 여파가 국내 횟집에 타격을 준 것이다. 
송민호 치킨앤칩스 남부터미널점 점주가 치킨과 감자 튀김을 내놓으며 손님을 맞고 있다.
“점심에 ‘생태’를 많이 팔았었는데 손님이 갑자기 뚝 끊기더라고요. 결국 새로운 업종을 찾아야 했어요. 그래서 지금 가로수길로 유명한 신사동으로 가게를 옮겼어요. 하지만 여기서 부터가 진짜 문제였어요.”

이제와 돌이켜보니 신사동 식당은 유동인구는 많았으나 목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송씨의 판단이다. 그동안 나름 장사가 잘되자 ‘내가 제법 장사를 잘하는구나’하는 자만에 빠졌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송씨는 신사동 개업이후 1년 6개월만에 그동안 벌어놓은 4억5000만원을 다까먹고 음식점을 접어야 했다.

송씨는 치킨앤칩스를 차리기 직전 결혼을 했다. 가족을 이끌어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 사당역 인근에서 일식주점을 알아봤다. 마침 목이 좋아보이는 곳을 발견해 즉시 500만원을 걸고 가계약까지했다.

하지만 송씨는 신사동에서 실패한 경험을 떠올리고 다시 한번 창업 전문가와 계약장소를 살펴봤다. 그런데 전문가의 분석은 그와 달랐다. 송씨가 고른 상권은 비교적 좋은 곳이지만 2층이었고 2차 상권이었다. 그 지역은 1차로 끝나는 곳이기 때문에 위험한 창업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결국 그는 눈물을 머금고 500만원의 계약금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했다.

마침내 상권분석 전문가의 도움으로 지난해 그는 자신이 운영했던 횟집 근처에 치킨앤칩스점을 차렸다. 
치킨앤칩스 주메뉴, 뼈가없는 프라이드 치킨과 감자튀김(포테이토 타입)
횟집을 하면서 6년동안 지켜보던 자리였기 때문에 안심을 했다. 치킨앤칩스의 매뉴얼, 심플한 레시피는 기존 음식점에 비해 간단하고 깔끔했으며 원재료가 완벽포장되어 공급되기에 손질이 편하다는게 매력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선 직원을 안두고 혼자라도 장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도 일치했다. 무엇보다 주메뉴인 치킨과 감자튀김의 조화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창업 당시 그는 “여기서 생활비만 나오면 된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었죠. 오픈 첫날 대박조짐이 보이더라고요. 인근에 위치한 에술의 전당의 덕이 컸어요. 거의 매일 공연이 있는데다가 예술학교 학생들과 공연을 마친 스태프까지 손님들줄을 잇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치킨앤칩스는 치킨과 감자튀김이 함께 나오는 메뉴가 특징. 감자튀김를 포테이토, 레귤러컷, 케이준 스타일 등 다양한 모양으로 선택할수 있다는 것도 재미다. 맥주안주로 치킨대신 가볍게 감자튀김을 즐기려는 취향을 고려한 부분이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모던한 인테리어도 강점이다.

그는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아르바이트 포함 5명의 직원을 두고 일하는데 지난해 매달 순수익은 1000만원 정도였고 현재는 매상이 더 올라 1200만원을 상회한다..

그는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한번의 선택이 최소 5년을 좌우한다. 치킨앤칩스는 많은 치킨가게 중에서도 경쟁력 있다. 하지만 창업 전에 무보수라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본인의 성격이 업종에 맞는지도 고민애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근원 기자 stara9@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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