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7)의 홈런은 그 충격파가 다르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승엽의 한방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 이승엽이 이번에는 한국프로야구 최다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20일 문학 SK전에서 시즌 7호포를 쏘아올린 이승엽은 한국프로통산 1324경기 4924타수 만에 양준혁(351홈런)을 제쳤다. 역사적인 352호포다. 이제 400홈런을 위해 달려가면 된다. 야구 판타지를 이어가는 한 방이었다.
이승엽을 ‘국민타자’라고 지칭하는 데 이견이 있는 팬은 없다. 그의 홈런 역사는 한국의 야구팬에게 전설이나 다름없다. 중요한 순간마다 부진에서 탈출하며 쏘아올린 아치에 이승엽은 울었고, 대한민국은 열광했다.
특히 국제대회에서의 진가는 그 어떤 타자도 따라올 수 없다. 위기에 빠진 대표팀을 수 차례 구해내면서 ‘국민타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의 3·4위 결정전서 0-0으로 맞서던 8회말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렸고, 2006년 제1회 WBC 아시아예선 일본전에서는 1-2로 뒤진 8회초 역전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도 2-2로 팽팽하던 8회말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이승엽은 눈물을 훔치며 동료와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한국야구의 국제적인 성과 뒤에는 항상 이승엽의 기적이 있었다. 지난 3월 제3회 WBC에서도 호주전 2루타 2방 3안타를 때려내며 한국의 첫 승에 일조했다. 네덜란드전 첫 패의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내 준 활약이었다.
그리고 국가대표를 은퇴한 이승엽은 올 시즌 또 한번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서 여전한 위용이다. 과거 그의 행보를 실감나게 하는 금자탑이나 다름없다.
비록 개막 후 예전의 타격감을 찾지는 못했지만 차곡차곡 아치를 그려내면서 이승엽은 한국야구의 홈런역사로 다시 한번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감동의 국민타자이자 판타지스타 이승엽의 신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폄하할 수가 없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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