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제대로 미친 김창완, 죽여주는 영화 '닥터'

김창완이 제대로 미쳤다. 이젠 그의 웃는 모습만 봐도 살기가 느껴진다.

영화 ‘닥터’는 어느 날 부인의 외도를 목격하게 된 성형외과 의사가 숨겨왔던 본능을 터뜨리며 관계된 사람들에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복수를 계획한다는 내용의 싸이코패스 스릴러. 성형외과에서 사용되는 보톡스, 수술용 메스 등이 살인도구로 사용되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또 엘리트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감춰졌던 양면성과 폭력성이 표출됐을 때 얼마나 더 참혹한 야수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공포를 그려냈다.

김창완은 영화 ‘닥터’에서 젊은 부인 순정(배소은)을 둔 성형외과 의사 인범 역을 맡았다. 인범은 평소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인물로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후 잔혹한 복수에 나서는 인물. 끝없이 살인을 저지르지만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싸이코패스다.
일단 김창완의 연기 변신은 완벽했다. 온화한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리고 냉혹한 싸이코패스 역할을 완벽 소화했다.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그의 모습, 불륜을 목격한 이후 광기에 사로잡혀 처참한 복수를 하는 장면들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닌, 실생활의 모습처럼 다가오는 게 압권.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 모습이 크게 자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살인 장면이 잔인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모습들이 거부감이 없도록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김창완의 명품 연기력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영화 속에는 중간중간 유머들도 삽입돼 있어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한다.

배소은, 서건우의 파격 정사신도 명장면 중 하나.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정사신이 등장했지만, 배소은과 서건우가 열연한 정사신은 손에 꼽을 정도로 굉장히 자극적이고 치명적이다. 땀 한방울까지 보일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쓴 것은 물론, 단순 쾌락의 정사가 아닌 인범이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드러내는 중요한 전환점으로서 그 역할도 다했다. 
영화는 97분 동안 쉼없이 달려간다. 전개가 빠르기 때문에 스토리가 늘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용이 없는건 아니다.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성형외과 의사의 잔혹한 복수라는 것이 기본 설정이지만, 그 속에는 외모 지상주의, 인간의 욕망과 양면성, 폭력성 등을 통해 가장 가까이 있는 공포는 ‘사람’이란 메세지를 담았다. 어쩌면 우리 일상 속의 모습일지도 모르는 영화 ‘닥터’. 제대로 미친 성형외과 의사의 모습에서 색다른 공포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20일 개봉.

윤기백 기자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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