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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 |
새해 벽두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형 결투가 벌어진다. 개발자의 이름을 본따 이른바 ‘송재경 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라는 수식어를 붙인 ‘아키에이지’와 과감하게 무료화를 선언한 ‘테라’가 그 주인공이다.
각기 400억원 이상 쏟아부은 블록버스터 대작이란 공통점이 있으나, 두 작품은 신선함과 파격이라는 상이한 화두를 던지면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특히 2012년 한해 유달리 모바일 게임 분야가 두각을 보이면서, 반대급부적으로 온라인 게임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도 보란 듯이 쫓아낼 태세다.
‘아키에이지’와 ‘테라’의 정면대결은 비슷한 시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촉발된다. ‘아키에이지’의 개발사인 엑스엘게임즈는 공개서비스를 1월 2일로 잡았고, ‘테라’를 제작한 블루홀스튜디오와 유통사인 NHN은 1월 10일을 무료화 시작점으로 설정했다. ‘아키에이지’의 경우 정식 서비스가 곧 바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사실상 두 게임은 동시선상에서 맞대결에 돌입하는 셈이다.
◆ 아키에이지 화려함·방대함으로 무장
‘아키에이지’는 총 6년간 숙성된 이력에 비례해 개발 역량을 입증받고 있다. 최근 캐릭터 사전설정 서비스 등으로 살짝 입맛을 보여주니 시장의 반응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생성서비스에 신청자들이 폭주하면서 개발사는 연일 서버 증설에 분주하다. 가수 미쓰에이의 멤버 수지를 비롯해 탤런트 현빈, 송중기 등이 소개됐는데, 싱크로율(일치도)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는 평가다. 질감 등 사실적인 표현을 극대화했고, 첫 단계부터 세부 조정까지 3단계 조정을 거쳐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방대한 콘텐츠도 압도적이다. 게임 스토리를 안내해 주는 퀘스트만 2700개가 넘고, 유저들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의상과 장비 아이템은 1만개 이상 마련돼 있다. 4개의 종족과 120개가 넘는 직업, 6000여 NPC(인공지능 캐릭터), 2600종에 달하는 몬스터 등이 게임에 구현된다. 말 그대로 거대한 스케일을 바탕으로 전투, 공성전부터 제작과 생산, 무역, 여기에 해상전 및 공성전 등 다양한 놀거리를 취향에 맞게 조합하는 재미도 알차다.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제작에 참여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스토리는 한국 최고의 판타지 소설 작가 중 한명인 전민희씨가 맡았다. 게임 속 배경음악은 윤상과 신해철 등 역량있는 뮤지션들의 몫이었다.
엑스엘게임즈는 게임성에도 과할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 특정 유저를 대상으로 비공개 테스트만 5차례였다. 비슷한 규모의 작품들이 많아야 3번에 테스트를 끝낸 점을 감안하면, 개발을 총괄한 송재경 대표의 고집은 혀를 내두르게 할 만하다. 회사 관계자는 “결국 유저들을 위한 일인데 테스트 회차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100% 스스로 완성도를 인정할 때 출시하는 게 개발자로서 사명감이 아닐까”라고 강조한다.
공개서비스에 앞서 다양한 마케팅 채널도 확보하면서 개발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등 PC에 사용되는 그래픽 카드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드라이버 설치 화면에 ‘아키에이지’를 등장시켰다. 그동안 엔비디아 드라이버 설치 화면은 주로 ‘배틀필드3’와 ‘스카이림’, ‘배트맨 아캄시티’ 같은 해외 대작 게임들이 차지하는 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이로써 ‘아키에이지’는 국내는 물론, 온라인 게임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얼굴을 내걸게 됐다. ‘아키에이지’는 ‘콜오브듀티:블랙옵스2’, ‘어새신 크리드3’, ‘보더랜드2’ 등 쟁쟁한 타이틀과 함께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에 최적화된 게임 리스트에도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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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
블루홀스튜디오와 NHN은 ‘테라’의 전면 무료화라는 깜짝 소식을 들고 나왔다. 대규모 업데이트도 얹어, 유저를 불러모을 방도를 두 가지나 꾸렸다. 무료화가 개시되는 1월 10일은 사실상 ‘테라’가 출시된 두 돌이 되는 날이다. 무료화는 국내와 일본 서비스에 먼저 적용된다.
‘테라’는 ‘연맹 업데이트’라는 명칭으로 출발한다. 일종의 연합 길드전인 ‘연맹시스템’은 ‘테라’의 최상위 콘텐츠다. 길드 활동의 목표인 정치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능력치를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녹테늄’의 소유권을 둘러싼 연맹간 갈등과 대립이 대표적이다. 연맹은 별도 공간집회소가 있는 전용 영지를 소유하고, 전략을 다각도로 이용해 서로 침투할 수 있다. 세력도에 따라 연맹 전용 인던(인스턴스 던전)도 활용 가능하다. 10인 레이드 ‘마법사의 요새’, 20인 레이드 ‘켈사이크의 성소’ 인던이 새롭게 업데이트 되고 대규모 PvP(유저간 대결)인 ‘포화의 전장’, ‘수련의 전장’ 등 부가적인 콘텐츠도 반영된다.
PC방을 대상으로 각종 혜택이 신설되고 기존 이용자를 위한 콘텐츠도 개편을 마쳤다. 저레벨 이용자에게 적합한 초반 사냥터의 동선을 개선하고 몰이 사냥터를 추가해, 1인 플레이만으로도 중형 몬스터 사냥이 수월해졌다. 만레벨 이용자 전원에게는 특수 이동 아이템인 ‘아르곤의 군마’가 지급된다. 조현식 NHN 코어게임사업부장은 “‘테라’는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함께 큰 변화의 관점에서 전면 무료화를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테라’는 현재 일본 시장에서 호의적이다. 실제 ‘테라’는 NHN 재팬을 통한 일본 서비스에서 월 평균 매출 1억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년 매출 200억원 달성에도 임박했다. 무료화가 단행되면 현지 시장에서 부분 유료화로 인한 대대적인 매출 증대로, 더욱 가파르게 우상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윤석 NHN 재팬 퍼블리싱사업부장은 “부분 유료화 방식의 과금제가 주류인 일본 시장에서, 무료화 정책은 앞서 게임성을 인정받은 ‘테라’가 또 한번 도약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블루홀스튜디오와 협업 체제가 잘 갖춰진 만큼, 일본에서 게임한류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 가겠다”고 밝혔다.
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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