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는 17일 공식은퇴회견에 참석해 현역에서 은퇴하는 심경과 함께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운재는 차분히 앉아 은퇴사를 읽었고, 1996년 이후 프로생활 17년과 대표팀의 추억을 정리했다. 읽어내려가는 도중 목이 메는 듯 잠시 끊어지기도 했지만 이운재는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 인사까지 깔끔하게 마쳤다.
이운재의 은퇴회견은 보통 레전드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우울한 분위기가 아니라 도중도중 웃음까지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밝게 진행됐다. 이운재 역시 고질적으로 자신을 괴롭힌 ‘살과의 전쟁’을 언급하면서 농담까지 던져 취재진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사회자 역시 “이운재 선수의 눈물을 이끌어내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고 웃었다.
사실 이운재도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자신의 인생 전부나 다름없는 축구였고 불혹이 되도록 선수로서 활약한 그가 이를 마감하는 날이 평상시와 같을 수는 없다. 실제로 이운재도 스스로 먹먹함을 느꼈던지 잠깐잠깐 침묵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이운재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은퇴하기로 마음을 먹을 때 일주일 동안 울었다”며 “은퇴하기로 결정한 것이 더 아쉬워질까봐 울지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은 꾹 참고 있다. 집에 가서 아내를 부여잡고 울지도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속에 있는 말을 슬쩍 털어놨다.
은퇴는 하루이틀 고민한다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운재는 그 동안 수도 없이 많은 고민을 했고,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최종결론을 내렸다. 이제는 아쉬움을 떨쳐내고 눈물보다는 미소로 힘차게 발걸음을 뗀 대한민국 수문장이다.
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