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제한상영가 판정에 영화단체 불끈…11월1일 기자회견

영화 '자가당착'의 한 장면.
 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제한상영가 선정 취소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이 11월 1일 오후 3시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다.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감독 김선, 제작사 곡사)가 두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영화관 상영이 불가능해지자 영화 단체들이 문제제기에 나선 것.

 영화단체들은 “현재의 영상물등급분류제도가 영화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히며 작품의 제작사인 ‘곡사’가 제기하는 행정소송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이번 행정소송에는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문화연대, 미디액트, 비타협영화집단 곡사, 서울독립영화제, 서울인권영화제, 영화인회의,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포럼,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참여했다,

 이번 행정소송은 박주민 변호사가 진행할 예정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2006년부터 장작 5년에 걸쳐 월드시네마의 수입영화 ‘천국의 전쟁’(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의 제한상영가 소송을 이끌어온 바 있다.

 11월1일 기자회견은 김조광수 감독의 사회로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임창재 대표, 영화감독 변영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최현용 사무처장 등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발언을 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한결 박주민 변호사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이현희 프로그래머가 향후 계획을 발표한다.

 다음은 11월1일 발표될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곡사의 장편영화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이하 ‘자가당착’>에 가해 진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은 우리 사회의 헐벗은 문화 수준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영화는 지난해 이미 한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바 있으나 감독은 다시 한 번 등급심의를 요청했고, 지난 9월22일 또다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풍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조롱하고 비판하고자 했던 작품의 의도는 사전에 철저히 봉쇄되었다.

 혹자는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면 되지 않느냐며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 주변 어디에도 제한상영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혹자는 주제적으로 너무 정치적이고 특정 정치인의 존엄을 훼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예술의 기능과 범위를 순수로 일반화하는 천박한 발상이며,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무시하는 어이없는 태도이다. 혹자는 지나치게 폭력적이어서 눈뜨고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더욱 폭력적인 영화가 관람 가능한 등급으로 이미 극장에서 유통되어 왔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영등위의 이러한 자의성에 대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자가당착>은 이미 국내 유수의 영화제와 해외에서 인정받은 수작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실험적인 표현방식과 현실사회에 대한 풍자는 독립영화의 가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목으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독립영화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조차 <자가당착>은 상영될 수 없는 실정이다. 최근 문화계에서 독립영화전용관의 확대를 모색하는 노력이 무색하지 않을 수 없다.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는 한 영화에 죽음을 선언한 것이며, 더불어 현재의 영상물등급제도의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전신인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검열 폐해를 극복하고, 영화의 등급분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설치된 서비스 기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등위는 보수적인 잣대로 끊임없이 영화계와 충돌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곡사의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정치>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에 가하는 영화 등급 분류의 폭력에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오늘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대한민국 성인들은 누구나 스스로 영화를 선택해서 볼 권리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영화는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박제화 된 가치가 아님을 이번 소송을 통해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단체들은 이번 행정소송을 지지하며 연대할 것이다.』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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