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대로 불린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 사복경찰과 전투경찰이 상주하던 시대. 민주화 운동이 하나의 시대적 화두였던 시대였다. 특히 사회주의 등 이념에 경도된 대학생들이 강렬한 저항을 펼치고 최루탄이 난무하던 캠퍼스 안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 중 가장 상징적인 일이 벌어진다. 바로 1985년 서울 지역 대학생들의 미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이다.
영화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육상효 감독)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1980년대 대학가를 스크린 위에 펼쳐낸다. 하지만 대학생이 주인공은 아니다. 대학가 근처 중국집인 중화루 배달원 강대오(김인권)가 주인공이다. 강대오는 어느날 대학 여학생 기숙사에 배달을 갔다가 여대생 예린(유다인)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주변 지인들은 다들 아서라 중국집 배달원과 여대생은 절대 맺어질 수 없다고 하지만 강대오는 데이트 신청을 강행하려 한다. 아예 양복을 입고 대학생 차림으로 꽃다발을 들고 예린을 기다리던 강대오. 하지만 자신처럼 꽃다발과 선물 꾸러미를 들고 모인 대학생 무리에 뒤섞인 강대오는 함께 미문화원 점거농성에 참여하게 된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대학생들이 데이트를 하려는 젊은이로 위장했던 것. 혁명을 연애를 위한 마음가짐 정도로 생각한 강대오는 불순한(?) 현장에서 빠져나오려다 이 곳에 예린이 있다는 걸 본 순간, 적극적으로 점거 농성에 함께 한다.
장발에 긴 셔츠 깃에 네모난 안경만으로도 당시 분위기를 얼추 기억해낼 수 있다. 민주화 운동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려던 젊은 대학생들의 결기 어린 모습 역시 지금으로서는 낯설기 그지없는 과거가 돼버렸다. 학습, 팀, 각종 시위들이 대사에 섞여 나오고 민중가요라 불리던 대학문화도 영화에는 등장한다.
하지만 영화는 코믹 코드가 전체를 지배한다. 김인권이 펼치는, 순수한 사랑에 목말라 여인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은 처절하기 그지없다. 조정석과 유다인이 운동권 대학생으로 등장하고 박철민이 김인권의 동료 배달원으로 출연한다. 이들의 연기조합도 빵빵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그 만큼 경직돼 있던 당시 대학생들의 운동권 문화가 쉴새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과거가 된 1980년대가 지나친 조롱의 대상이 돼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5일 개봉.
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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