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 손꼽힐만한데 그녀는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런 조민수에게 지금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에서 주연을 맡아 세계가 인정할만한 연기를 펼쳤다. 만약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타지 않았다면 당연히 조민수가 만장일치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다. 그야말로 ‘조민수의 재발견’이다.
그런데 실제 조민수는 덤덤했다. “저는 늘 똑같아요. 잊혀 진 것도 아니고 작품을 안했던 것도 아니예요. 그저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졌을 뿐이죠”라고 말했다. 지금이 여배우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큰 추억꺼리 하나인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며 “제 상품가치가 조금은 올라갔겠죠. 내 또래에서 할 수 있는 배역이 있다면 순서가 조금 빨라지겠구나 하는 정도가 보너스”라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베테랑 조민수도 ‘피에타’의 촬영 현장에서는 긴장했다고 한다. “그 분(김기덕 감독) 작품이지만 내 작품이기도 하죠. 내가 촬영한 부분이 버려지는 것은 참지 못해요. 정신 안 차리면 내 꺼 다 놓치겠다 싶어서 저도 한꺼번에 에너지를 쏟았어요”라며 “드라마에서 안 해 본 캐릭터를 하니까 좋더군요. 내 안에 그렇게 못된 구석도 있어요. 다르다고 생각해주면 감사할 것 같아요”라고 강조했다.
조민수는 26년을 여배우로 살았다. “‘잔잔한 바다는 훌륭한 뱃사공을 만들 수 없다’는 말을 좋아해요. 힘든 일이 많았죠. 그것들을 쌓아놓다 보니 오늘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순탄한 26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만약 ‘피에타’를 어릴 때 연기했다면 그저 흉내만 내다가 끝냈을 수도 있어요. 지금 이 시점에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라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여배우가 나이가 들면 연기가 재미없어진다고 했다. 같은 것을 반복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조민수는 “과연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요. 더 표현하고 싶다는 갈증이 많았어요. 내 안에 다른 것도 있는데 표현할 기회가 없었죠”라고 아쉬웠던 과거를 토해냈다. 이런 조민수에게 ‘피에타’는 열정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피에타’ 현장에만 가면 신이 났어요. 김기덕 감독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스태프들이 구성됐어요. 그 사람들의 순수한 에너지가 좋아요”라고 감사했다.

조민수는 김기덕 감독에게 특별히 감사했다. “저를 많이 건들었죠. 덕분에 눈물을 쏟아냈어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쌓아놓았던 것을 작품에서 폭발시킬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이정진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7kg을 빼고 들어오더라고요. 대단한 독종이죠. 그 친구가 작품을 하면서 굉장히 성장했을 것이라고 후배니까 감히 이야기 할게요. 김기덕 감독의 열정과 이정진의 눈빛이 내 연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조민수는 다시 초연해졌다. “지금처럼 할 거예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그저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을 뿐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민수는 계속 조민수였다. 우리는 ‘피에타’와 함께 앞으로 다시는 조민수라는 여배우를 잊지 않을 것이다.
글 김용호 기자, 사진 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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