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궁합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우리 선조들이 결혼할 때 반드시 보는 것이 궁합(宮合)이었다. 양가에 혼삿말이 오가면 먼저 사주단자를 보내어 양자의 사주명조를 맞춰보는데, 이는 두 사람의 궁합을 보기 위함은 물론이지만 실은 여자는 자손을 잘 낳을지, 남편을 꺾는 박복사주는 아닌지, 복은 많은지 아닌지 등을 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궁합이라 하면 두 사람의 속궁합이라 하여 성생활이 맞을지 안 맞을지를 보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즉 궁합이 맞으면 만사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일순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지지고 볶으며 사는 사람일수록 궁합이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심정적인 궁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성생활만의 합을 의미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사주 자체에 도화와 색을 밝히는 목욕(沐浴)기운이 강한 사람이라면 상대 배우자도 그래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상대방마저 비슷한 경우라면 그 집안엔 훌륭한 자손이 태어나기 힘들다. 사주에 색이 강한 사람은 남자라면 편재 또한 왕해야 해서 반드시 여러 여자를 보게 되어 있고 여자라면 음기가 강한 경우기 때문에 훌륭한 행실과 자손을 의미하는 정관(正官)이 극을 받거나 신약하므로 당연히 자손이 약하다.

 그렇다면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궁합을 맞춰봄에 성생활을 의미하는 속궁합을 무조건 중하게 여겼을까? 아니다. 실은 여자가 정숙하여 남편에게 잘 순종하고 자손을 튼튼하게 나을 수 있는 자손궁과 복덕이 있는 사주인지를 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궁합이 좋다면 인생살이의 어려움에서도 불화를 잘 이겨낸다고 보았기에 궁합을 본 것이며 특히 사주에 백호살이나 과살(寡婦)이 있는지, 남편이나 자손궁에 형살 또는 충살은 없는지 등을 따졌던 것이다. 이런 연후에 당신 딸이 백호살이 있어서 사주가 강하니 혼사를 못 시키겠다 하질 못하겠으니 두 사람이 궁합이 안 맞는다며 상대방 체면을 살려 정중히 사양한 것이다.

 양반가문에서 이런 측면으로 사주단자를 주고받고 궁합을 운운하자 일반인들도 의례 따라하다 보니 가장 나중에 남는 말은 궁합이 좋고 나쁘니 하게 된 측면이 강하다. 가부장적 남성우위의 사회에서 여자들은 여필종부(女必從夫)를 미덕으로 여겼던바 남편 잘 되고 자식이 훌륭하게 되는 것을 여자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던 그 시절에는 당연한 가치체계였던 것이다.

 요즘에 있어서 궁합의 개념은 과거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면이 있다. 실제적으로 부부의 성생활의 합을 궁합으로 보는 측면이 강해진 것이다. 궁합을 다른 말로 한다면 성격간의 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부부간을 넘어 대인관계나 모든 면에 적용이 된다. 직업도 나와 합이 맞아야 하듯 친구 사이에서도 성격이 잘 맞아야하고 음식 또한 체질에 잘 맞아야 탈이 없으며 부부간에도 성격이 잘 맞아야 불화가 적다. 회사상사나 동료 간에도 성격이 잘 맞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회사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성격 속에는 버릇도 수반되고 취향도 따라간다. 이런 것이 바로 궁합이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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