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무려 15년 동안이나 영화와 인연이 없었던 김소연이었기에 이렇게 만난 것도 처음일 수밖에 없다.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가비’는 김소연이 15년만에 출연하는 작품이 된 셈이다. 사실 1997년 개봉작 ‘체인지’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고등학생이었고 이제 막 뜨기 시작한 하이틴 스타였다. 하지만 그 당시 영화계에서 요구하는 여배우의 캐릭터는 지금과 달리, 노출을 어느 정도 요구받았다. 너무 빨리 주목받으면서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영화 쪽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중국영화 ‘7검’이 얼마 전 나왔었죠. 한국영화는 15년만이에요. ‘7검’은 서극 감독님 작품이니까 얼마나 영광스러웠는지 몰라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주일만에 내려가는 바람에 극장에서 못봤어요. 다행히 영화 채널에서는 참 많이 틀어주더라고요. (웃음) 그렇기에 이번 영화를 접하는 체감 온도도 1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체인지’ 이후에는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왔는데 모두 제가 할 수 없는 역할이 태반이었어요. 이제 막 고3 아니면 스무살인 제게 노출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죠. 그 때만 해도 신인 여배우에게 요하는 역할은 정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당시에 영화는 왜 안하냐고 물어보시면 나중에 하려고요 그랬죠.”
하지만 드라마에만 출연한다는 인식이 굳혀지면서 김소연에게 영화는 멀어져만 갔다. 이후 더 이상 영화에서 여배우에게 노출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사라졌음에도 김소연에게는 쉬이 영화 출연 기회가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서야 ‘가비’의 출연 기회를 얻게 됐다. 당초 따냐라는 인물은 동료 배우 이다해의 몫이었다가 영화 제작이 지체되면서 김소연에게 돌아왔다.
“사실 책을 먼저 봤어요. 그러면서 당시 따냐란 인물을 누가 맡게 될 지 참 궁금했어요. 쉽지 않지만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점에 시나리오가 딱 들어오는 거예요. 운명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시나리오는 원작과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김소연이 연기하는 따냐는 역관의 딸이지만 자객들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자 자신의 집 머슴이나 다름없던 일리치(주진모)와 러시아 일대를 주름잡는 커피 도둑이 된다. 그러면서 은여우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따냐는 어느날 사다코(유선)에게 일리치와 함께 잡혀 고종(박희순) 살해 음모에 가담하라는 협박을 받게 된다. 아버지가 고종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복수심에 불타던 따냐는 그 길로 자신의 장기인 변장술과 커피 내리는 기술로 고종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이번에 영화를 촬영하면서 관련 자료도 많이 읽어봤어요. 당시 배경이 되는 역사는 학교 다닐 때 공부한 정도였죠. 이번에 캐스팅 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유약한 왕 고종이 백성을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인식이 있는데 그러한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어요. 무척 좋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제 캐릭터요? 아버지 살해 사건으로 적개심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왕으로 인해 조선을 품게 되는 인물이에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큰 소재는 커피다. 고종은 실제 구한말 ‘가비’란 한자어 이름으로 불린 커피의 애호가였다. 커피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김소연도 이번 영화를 위해 바리스타 과정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집에서는 정작 커피믹스를 즐긴단다.
어쨌든 이번 영화를 통해 김소연은 안방극장에서 갈고 닦은 연기력을 스크린 위에 쫙 펼칠 각오다. 무엇보다 ‘가비’라는 작품에 대한 애정은 절로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 만큼 김소연은 외모에 걸맞은,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금세 분위기마저 바꾸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글 한준호 기자, 사진 김재원 인턴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