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박희본, "낼모레 서른… 아직도 22살 속에 살아요"

진로 고민하던 시기에 들어온 '…구하라' 출연 제의
산전수전 다 겪은 희엔터테인먼트 대표 구희본 역
"구희본은 제가 살아온 인생을 반영하고 있어요"
박희본(본명 박재영)이 매주 토요일 밤 TV 나들이에 나선 이후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녀의 ‘스물둘’을 흥얼거렸다.

‘내일모레면 난 서른인데/ 아직 난 그댈 처음 만난 수줍은 스물둘/ 아무도 아무것도 변한 건 없지만/ 아직도 난 그댈 만난 스물둘’

박희본이 MBC에브리원의 9부작 새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의 히로인으로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은 동명의 초단편 연작 시트콤을 MBC에브리원에서 새롭게 구성해 선보이는 작품.

“‘스물둘’은 폐 늑막염에 걸려서 병실에 누워있다 쓴 가사예요(웃음). ‘낼모레 서른인데 난 아직도 22살의 기억과 환경에 나를 속박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던 시기였죠. 그러던 찰나 윤성호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를 함께 해주면 좋겠다고. 밀크로 가수 활동을 끝내고 영화예술학과(세종대학교)에 진학해 연극도 하고 단편영화도 찍었는데, 그때 윤성호 감독님을 알게 됐었어요. 감독님의 영상원 졸업작품 ‘졸업영화’에 배우로 출연했고, 그 인연으로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출연제의까지 이어진거죠. 덕분에 진로 고민은 접어두고 연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극중 박희본은 해병대 컨테이너에서 3년간 근근히 버티며 연예계의 ‘갑’을 꿈꾸는 희엔터테인먼트 대표 구희본으로 출연한다. 실제 만난 박희본은 외모부터 말투까지 사랑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구희본으로 분한 박희본의 비주얼은 충격 그 자체다.

‘공황패션’으로 불리는 구희본의 패션은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광장동 의류상가를 뒤져 구해왔다는 투피스 정장의상과 효도신발, 불투명 살색스타킹, 일수가방 등은 보통의 여자 주인공 패션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구희본은 20대 어린나이에 대형기획사의 막내로 들어갔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예요. 어린나이지만 물러보이지 않기 위해 아줌마 같은 패션을 고수하는 거죠. 때문에 살도 6kg 정도 찌웠어요. 속상하지 않느냐구요? 캐릭터가 잘 살아난 것 같아 기쁘기만 한걸요. 박희본이라는 연기자가 이쁘게 나오는 것 보다 ‘구희본 대표’답게 나오는 것이 훨씬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박희본은 그녀가 살아온 인생과 ‘구희본’의 인생은 닮아있다고 했다. 대형기획사라는 좋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다른 일을 찾아 나섰다는 박희본과 멀쩡하게 직장에 들어간 뒤 갈증을 느껴서 옮긴 후 고군분투하는 구희본. 이런 모습에서 박희본은 스스로를 반영하는 듯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녀는 “눈물겨운 성공신화는 아니지만 이게 진짜 사는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며 웃었다.

최정아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