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장경철이란 인물은 절대악. 연쇄살인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겉으로는 멀쩡한 인물이다. 무섭도록 소름끼쳤던 장경철을 잊어버릴 만큼, 최민식은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부산사투리를 걸쭉하게 쓰면서 생존을 위해 물불 안가리고 살아가는 최익현이라는 인물로 빙의됐다.

영화는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비리로 해고된 세관원 최익현과 사창가 깡패 두목에서 조직 보스로 급성장하는 최형배(하정우)의 이야기다. 경주 최씨 충렬공파로 최형배를 엮은 최익현은 갖은 로비 실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 한다. 그러다 1990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두 사람은 위기를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최익현이라는 남자처럼 두드려 맞고 모욕을 당해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심정으로 살아가는 거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우리 아버지나 형님들의 삶이 그랬죠. 지금과 달라진 게 뭐가 있나요. 그런 보편성이 있는 거죠. 물론, 절대 합리화나 미화는 아니에요.”

“이미지요? 배우는 이미지가 아니라 연기로 먹고 사는 거죠. 예전 선배님이나 선생님들께서 하셨던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돼요. 전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이제부터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더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이죠. 겸손 떨려고 하는 말이 아니에요. 주변에서 잘한다고 하고 치켜세우는 것들은 모두 함정이에요. 거기서 만족하면 끝이니까요. 신교대 입소하는 기분이에요. 그 동안 쉽게 건너오던 개울인데 이젠 무서워요.”
2000년대 초반 임권택 감독과 함께 한 영화 ‘취화선’ 당시에도 최민식은 비슷한 말을 했다. 그 만큼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민식이 지금 이 시점에서도 연기로 대가라는 말을 듣게 하는 힘인 지도 모르겠다. 최민식이 강조점을 뒀던 “창작하는 이가 현재의 결과물에 만족하는 순간, 끝이다”라는 말에 그가 살아있고 살아가는 이유가 담겨 있다.
글 한준호, 사진 김용학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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