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여 만에 강제규 감독은 또 한 번의 전기를 마련할 영화 ‘마이웨이’로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스케일로 한중일 동북아 3국의 공통된 역사적 기억을 환기시키는 이 한 편의 영화는 국내 영화인들에게 또 하나의 일성에 다름 아니다.
“작업 및 제작기간만 4년이 걸렸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는 독특하구나 느꼈고 당시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어서 연출은 생각 못하고 제작만 하려고 했죠. 틈틈이 자료를 살피던 중 SBS 다큐를 보고 마음을 굳혔어요. 굉장한 감동이었죠”

“장동건이라는 배우는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 배우보다도 좋은 재료에요. 소통이 잘되고 늘 신인의 자세로 현장에서 대기하죠. 나중에는 제대로 된 악역을 꼭 시켜볼 생각이에요. 오다기리 조는 제가 직접 캐스팅 요청을 했고 영화 초반 악독한 황군의 모습도 연기해야 하는데 배우로서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알차게 예산을 갖고 합리적으로 영화를 제작해야 했던 강제규 감독으로서는 이번 영화 역시 피 말리는 스트레스 속에서 이끌어 나가야 했다. 그 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노르망디, 노몬한, 독소전까지 세 가지 거대규모의 전투신을 철저히 분업화 시켰고 해외 배우들은 감독이 직접 오디션을 보거나 안되면 영상으로라도 점검해 해당 국가 대중이 영화를 보더라도 어색함이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기에 ‘마이웨이’는 할리우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리얼리티를 갖게 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의 흥행이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처음에 이 아이템을 접하게 됐을 때 일제 강점기의 조선과 일본 두 청년이 과연 군복을 세 번 갈아입으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함께 넘어갈 때 어떻게 변해갈지가 너무 재밌겠더라. 개인적인 적대관계에서 긴 여정을 거치면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에요. 또 이 시대에 일본과 한국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 지도 담겨 있죠. 전투신이야 우리 영화가 다른 전쟁 영화의 교과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각 전투별로 참고를 해보려 했지만 대부분의 영화가 그럴만 하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했고 우리 스태프와 기술력의 확실한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에 계속 꿈을 불어넣는 거장답게 강제규 감독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남달랐다. 이미 중국 영화 시장의 성장세가 커지면서 금세 한국 영화계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할리우드도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 등 우리 영화인들에게 이 영화 한 편이 갖는 경고와 의미는 묵직해 보였다. 앞으로도 강제규 감독의 활동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 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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