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넘버1 GK 김민식, "3년반 동안 마음속으로 울었죠"

 “3년반 동안 마음 속으로 울었어요.”

 K리그 전북 현대의 넘버1 골키퍼 김민식(26)은 ‘만년 2인자’였다. 2008년 호남대를 졸업하고 전북에 입단했으나 이미 2년 먼저 들어온 권순태가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권순태가 올 시즌을 앞두고 상주 상무에 입대해 4시즌 만에 기회를 잡는듯 싶었지만 염동균이 전남 드래곤즈에서 이적해왔다. 

 이에 전북은 정성룡(수원) 영입이 수포로 돌아가자 김민식 대신 경험 많은 염동균은 택했다. “O형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어요. 순태형과 동균이형이 저보다 실력이 뛰어나니 당연한 결과였죠. 그런데 경기도 고양에 사는 부모님이 입단 첫해부터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거의 전 경기를 보러 오셨거든요. 아들이 몸을 푸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시다는데, 늘 벤치만 지킨채 뒷모습만 보여드려야 하는 제 가슴은 미어졌죠.” 지난 3년간 9경기 출전에 그친 김민식은 마음 속으로 울었다고 했다.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7월 중순 염동균이 승부조작 가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 그달 25일 상주 상무전부터 김민식은 주전 골키퍼로 전북 골문을 지키게 됐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골키퍼 추가 영입 없이 김민식을 중용하겠다”고 어깨에 힘을 실어줬고, 김민식은 믿음에 보답했다. 전북은 김민식이 염동균과 바통터치 후 치른 15경기에서 딱 한번 패했다. 

 김민식의 좌우명이자 롤모델인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의 명언인 “내 집에 골 넣지마”란 말 그대로였다. 덕분에 전북은 K리그 정규리그 1위를 사실상 확정지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있다.

 알 이티하드(사우디)와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앞두고 사우디 제다 숙소에서 만난 김민식은 “처음에는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스스로도 상위권팀인 만큼 한 경기만 져도 순위경쟁에 직결되니 부담이 컸죠. 그래도 경기를 읽는 능력은 자신있거든요. 우리팀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펼치는 만큼 상대가 역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상식형, 조성환형, 심우연과 함께 원활히 소통해 잘 막아낸 것 같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당면 목표가 올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2관왕인 김민식의 최종 목표는 전북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는 것과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K리그 1위팀 주전 골키퍼 김민식은 “전북맨 김현수 코치님처럼 주전 골키퍼로 은퇴할 때까지 전북에서 뛰고 싶어요. 또 한참 부족하지만 이운재(전남)형·김병지(경남)형의 경험과 권순태형의 타고난 순발력 등 선배들의 장점을 흡수해 언젠가 꼭 A대표팀에 뽑히고 싶어요”라고 다짐했다.

제다(사우디)=박린 기자 rpark@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