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종일관 웃음 가득한 위트를 펼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간직한 영원한 소년이었다. ‘까만 연탄’으로 대표되는 그의 변치 않은 외모도 정이 갔다. 그 때문일까. 언제나 그렇듯이 김건모의 음반에는 묘한 기대감이 간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와 장르로 자신의 목소리에 매력을 담을 지 기대를 낳게 만든다.
그런 김건모도 올해 3월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로 마음고생을 했다. 하나의 전환점이 될만한 사건이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정착이 됐지만 당시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던 예능프로그램이었을뿐인데 꼴찌에 제작진의 재도전 제안을 덜컥 수락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샀던 것.
“벌써 계절이 바뀌었네요. ‘나가수’ 이후에 6개월만이니까요. ‘나가수’는 확실히 제게 터닝포인트인 것 같아요. 어쨌든 데뷔 20주년을 맞아 색다른 음반을 준비했어요. ‘어제보다 슬픈 오늘’과 ‘자서전’ 두 곡을 동시 타이틀곡으로 한 이번 13집 앨범은 남성들을 향한 이야기가 주제에요.”
어쨌든 두 곡 모두 김건모스럽다. 이번 앨범은 전작들과 달리 남자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들의 곡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라드 베스트, 레게와 댄스 베스트, 그리고 신곡들만 담긴 13집 음반으로 구성했다. 한정판으로는 5장짜리 앨범도 3000장을 발매했다. 한정판만 따지고 보면 무려 68곡이 담겨 있다.

베스트 음반 수록곡들은 팬카페에 의뢰해 결정했다. 또 김건모의 변함없는 발라드와 베스트 댄스는 팬카페에 의뢰를 했다. 그의 말처럼 터닝포인트로 삼게 된 ‘나가수’ 이후의 첫 작품이기에 나름 의미있는 음반이기도 하다. 한 때 ‘국민가수’로 불렸던 김건모다. 수많은 중견가수들이 공석과 사석을 가리지 않고 김건모를 가장 노래 잘하는 가수라고 평가할 정도다. 그러나 그러기에 ‘나가수’로 김건모는 심기일전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 때(‘나가수’ 논란 당시) 일로 결심했던 마음이 무뎌지긴 했지만 완성된 음반을 들어보니 그 때 마음이 떠오르더라고요. 안 잊어먹어야 할텐데. 잊혀질만 하면 사건이 터지지 않겠어요? (웃음)”
이번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다양한 장르에 편안해진 김건모의 목소리다. 무언가를 초월한 이처럼 들리는 보이스가 더욱 매력적으로 들리게 한다. 여기에 노래 내용들도 여성을 향한 게 아닌, 남자들을 향한 것들이다. 그 동안 여성들을 향했던 김건모 대화의 객체가 남성으로 바뀐 느낌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어차피 제가 가사는 안써요. 이번에 김창환 프로듀서가 대부분 가사를 썼어요. 그러면서 이번에는 남자를 대변해보자고 했어요. 시대의 변화에 위로받을 수 없는 남자들을 말이죠. 저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해요. 그래서 참 편하게 부를 수 있었어요.”
이미 수많은 곡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김건모. 이제 20년이 됐다. ‘나가수’가 아니어도 전환점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과연 어떤 심경일까. 김건모는 미국의 R&B 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레이처럼 80이 넘을 때까지 무대 위에 서도 사랑받는 음악인이 그 답인 셈이다.
김건모는 11월4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앞으로의 20년은 여기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무엇보다 공연 무대에서 더 자주, 많이 볼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것. 그리하여 대중이 원하는 음악들을 자연스레 내놓는 진정 꿈꾸는 가수가 김건모가 외치는 정답이다.
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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