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16일 첫 선을 보인 ‘슈퍼에이트’는 할리우드의 촉망 받는 J.J 에이브람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각본을 썼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미국 공군이 극비리에 숨겨온 외계 물질을 놓고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초현실적인 재난에 처한 마을에서 어른들의 갈등마저 치유해내는 활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감동을 전해주면서 1980년대 공전의 세계적 히트작 ‘E.T’를 떠올리게 한다.
22일 개봉한 ‘정무문: 100대1의 전설’은 이소룡의 원작 영화로 유명한 ‘정무문’의 후일담을 그린 작품이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중국 전통 무술 쿵푸 도장 정무문을 지키기 위한 진진의 활약이 원작에 담겨 있다면 ‘정무문: 100대1의 전설’은 그 후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풀어낸다. ‘무간도’로 유명한 유위강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주인공 진진은 중국 영화계의 히어로 견자단이 연기한다.
스승을 살해한 일본 홍구도장을 격파한 진진은 그 길로 1차 세계대전에 연합국측 노동자로 참여한다. 그 곳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상하이로 돌아와 점차 마각을 드러내는 일본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두 작품을 보면서 미국과 중국의 각기 다른 처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은 냉전 후 독보적인 세계 최강국이 됐지만 2001년 9.11 테러와 2008년 금융위기로 현재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상황. 곳곳에 실업자가 넘쳐나고 국가 채무는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그 와중에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전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작은 마을에 몰아닥친 쓰나미급 위기가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군비 지출국으로 급부상했다. 자신들의 통화인 위안화로 무역대금을 결제하고 주변국들에 무력을 과시할 정도가 됐다. 제3세계를 중심으로 약자 편에 섰던 중국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 때문일까 ‘슈퍼에이트’는 겸허해진 미국의 현재를, ‘정무문: 100대1의 전설’은 오만해진 중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슈퍼에이트’에 등장하는 미국은 힘과 탐욕에 빠져있던 어른들의 잘못으로 사악해진 외계인이 등장하고 ‘정무문: 100대1의 전설’에는 일본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 처절한 복수의 신으로 변해버린 진진이 나온다. 바로 이 차이가 각기 다른 각 나라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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