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 풍경소리] 권선징악은 변하지 않는 진리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축이 되어 대결을 한다 말 그대로 선과 악의 대결이다 결과는 선이 이기고 악은 자신이 행한 죄과에 대한 징벌을 받고 사라져 간다 이런 내용으로 구성되는 소설을 '권선징악 소설'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등 우리나라의 옛 소설들은 대부분 이런 형식을 갖춘 권선징악형 소설이다 착한 동생 흥부와 못된 형 놀부가 등장하는 흥부전이 그렇고 백성을 괴롭히는 변학도가 암행어사 이몽룡에게 징벌을 받고 이몽룡과 춘향이가 재회하는 춘향이도 이야기의 얼개는 권선징악 형이다

권선징악형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서양의 동화인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도 역시 못된 사람이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도 많은 경우가 권선징악으로 끝난다 색다른 형식을 보여주려고 악한이 승리를 하게 만드는 영화도 있지만 그리 환영받지는 못한다 권선징악형으로 만들어야 보는 사람의 공감과 만족을 끌어내기가 수월하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권선징악의 본성이 깔려 있고 사람들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이 그런 형태여서 그렇다 선이 항상 패하고 악이 승리하는 사회를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다 선이 그리고 정의가 이기는 사회가 건강하고 사람들이 살기 좋은 사회라는 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권선징악은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글이다 좌씨전에는 징악이권선(懲惡而勸善)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악행을 징계하고 선행을 권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춘추좌씨전'은 '춘추'에 주석을 달은 책으로 좌구명(左丘明)이라는 사람이 쓴 저작으로 알려져 전한다

시대가 변하고 경제와 문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변했다 조상들이 살던 시대와는 완전 다른 형태의 삶을 요즘 사람들은 살고 있다 삶이 분주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옛날의 가치를 부정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 대표적인 것이 권선징악일 것이다 착하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만 살다보니 적지 않은 경우에 옳지 않은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을 보면 선하게 산다는 것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 착하게 사는 게 잘하는 것인지 손해를 보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워진다 착하게 살아봐야 쓸데없는 것 같고 조금 악하게 살더라도 이익을 챙기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착하게 산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선징악은 변치 않는 진리인 것을 알아야 한다 시대가 아무리 바뀐다 해도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를 이끌어 가는 기본적 토대도 바뀌지 않는다 옳지 않은 일로 이익을 얻는 게 좋아 보이지만 그건 그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선행은 반드시 그에 대한 보상을 받고 악행도 반드시 그에 대한 징벌을 받게 된다 그것이 우주와 사회의 진리이다 악행을 행한 사람이 설사 당대에 징벌을 받지 않더라도 후대에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예부터 내려오는 권선징악의 가치에 대해 부정할 필요가 없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www.saju4000.com 02)533-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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