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적 다큐멘터리 형식에 한국영화에 대한 ‘독설’을 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기덕은 제자 장훈을 실명 비판했다. 김기덕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한 장훈은 지난해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로 546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스타 감독’의 대열에 올랐다. 현재 고수, 신하균 주연의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김기덕은 “간절히 부탁해 받아줬는데 자본주의의 유혹에 빠졌다”고 장훈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언론사가 ‘김기덕이 제자에게 배신당해 폐인이 됐다’고 보도해 세상에 알려진바 있다. 당시 김기덕은 “장훈과 오래전에 화해했다”고 감싸줬지만 영화를 통해 생각을 뒤집었다.
더불어 김기덕은 몇몇 배우를 겨냥해 독설했다. “악역을 잘한다는 것은 원래 속마음이 악하다는 것”이라며 “악역이 제일 쉽다고. 악역을 통해 자위하는 거잖아. 너희들 가슴 안에 있는 성질을 그대로 표현하면 되잖아”라는 등 노골적인 멘트를 셀프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3년 동안 영화를 찍지 못한 이유로 ‘비몽’ 촬영 때의 사고를 공개했다. 여주인공 이나영이 감방 창살에 목을 매는 장면을 찍다가 실제로 목이 졸린 채 허공에 매달리는 위기에 처했다는 것. 김기덕은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나영을 구했지만 당시의 충격을 떨치지 못했다고 했다.
김기덕은 한국 정부와 영화계에 대한 불편함도 ‘아리랑’에 담았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정부가 훈장을 줬다. 영화에 한국을 좋지 않게 그린 장면도 있는데. 영화는 보고 주는 건가. 삶의 아이러니다”라고 말했다. 김기덕은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았고, 그해 문화관광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영화 ‘아리랑’은 김기덕이 직접 제작한 권총을 들고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을 찾아가 죽이고 자살하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상영관에서는 기립박수를 받았고 현지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는 분위기다. 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는 “정말 있을 수 없는 루머가 김기덕의 운명을 가로 막았다”고 동정했으며, 할리우드리포터는 “작가(김기덕)가 자기애에서 출발한 셀프영화로 비상했다. 자신의 영화에 대해 영광스러운 고통을 주제로 삼았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한국 영화계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기덕은 과거에도 영화 ‘괴물’의 싹쓸이 논란과 한국영화의 병폐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한바 있다. 이후 ‘김기덕 사과문’이라는 e-메일을 보내 “내 영화는 쓰레기다”고 자기비하적인 문장들을 쏟아냈다.
그때 김기덕의 편지처럼 이번 ‘아리랑’도 피해자 마케팅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기덕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예술영화 감독이다. 하지만 항상 스스로를 피해자로 간주한 채 역설적이고 자학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아리랑’도 동정여론을 의식한 김기덕의 자기마케팅일 뿐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리랑’은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공개됐다. 과연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독설의 의미’를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영화의 국내개봉은 미정이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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