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정선경, "이번 작품 통해 가족의 소중함 느꼈죠"

'애 엄마'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런 연기 호평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다시끔 일깨워준 영화죠"
화려한 과거 없는 여배우가 없다. 그러나 세월은 막지 못한다. 미모뿐만 아니라 결혼 등 신변 변화와 함께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기하는 역할도 변한다.

1994년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정선경도 이젠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살 수밖에 없다. 당시 X세대와 오렌지족 등 신세대를 대표하는 스타 아이콘이었던 정선경은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전히 연기열정을 불태우는 정선경이 14일 개봉한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서 아이 넷 딸린 억척과부 최복순 역을 연기했다.

“감독님이 일주일이면 된다고 해서 출연을 결정했죠. 하지만 지난 겨울에 영화를 찍었는데 눈도 많이 오고 일정이 미뤄지고 그러면서 3개월이나 촬영을 했어요. 출연료보다 비행기값이 오버된 것 같아요. (웃음)”

이번 작품에서 정선경은 억척스러우면서도 아이들과의 갈등 끝에 삶의 의미를 되찾는 희망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딸이 둘이나 되다보니 어머니로서의 역할 연기는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선경은 결혼 후에도 밝은 캐릭터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 ‘장희빈’ 출연 때도 애기가 있었는 걸요. 이제 진짜 아이 둘 낳고 결혼 5년차다 보니 제가 변해가는 모습대로 역할도 변해가는 게 자연스러운 듯 해요. 그래도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데 불행한 드라마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시트콤처럼 밝은 작품 위주로 하려고 노력해요.”

영화는 한 보험왕이 자신의 실적을 위해 자살 직전으로 내몰린 고객들의 삶을 연장시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도 살고 보험왕도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는 훈훈한 작품. 정선경으로서도 2년 전 ‘부산’ 이후로 오랜만에 출연하는 영화지만 남다른 의미를 줬다. 

“가족들과 삼시 세끼 잘 먹으면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쳐준 작품이에요.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중요함이죠. 많은 걸 느꼈어요. 흥행요? 저야 좋은 분들과 함께 작품을 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걸요. 그런데 그렇게 얘기했던 조진모 감독님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웃음)”

화려한 스타 생활을 함께 나누던 여배우들도 서로 멀어지면서 연락도 끊긴 지 오래됐다. 일본에 살면서 가끔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 때문에 알아봐주는 현지 한류팬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동네에서는 그저 평범한 아줌마일뿐이다. 그런데도 작품 활동은 꾸준하다.

“한 번 잊혀지면 돌아오기 쉽지 않잖아요. 나중에 애들도 다 크면 저도 본격적으로 연기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서 작품 활동은 여전히 병행하는 거죠. 되돌아보면 앞만 보고 달려와서 아쉬움도 많아요. 아이들이 연기를 한다고 한다면 아마 말릴 거예요. 그저 즐기며 사는 게 최고니까요.”

자녀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말이었지만 여전히 정선경의 프로의식은 느껴졌다. 일과 삶을 구분할 줄 아는 신세대 아이콘다운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