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북갤러리] 설화와 비밀의 부채, '두 여인의 아름답고 가슴아픈 우정을 그려'

 배우 전지현이 주연한 할리우드 영화가 곧 개봉할 예정이다. 이 영화의 원작이 ‘설화와 비밀의 부채’(밀리언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누슈’(女書)는 거의 소멸된 중국의 비밀스런 문자다. 이 문자는 중국 후난성의 한 작은 마을에서 1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어져 왔다. 그것도 여인들에게만 은밀하게 말이다.

 이 소설은 ‘누슈’를 인연으로 해 평생 동안 이어진 두 여인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우정을 그리고 있다. 신비롭고 섬세한 관계를 섬세하고 극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악습인 전족에 대한 묘사는 너무 생생해 아픔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정도다.

 배경은 19세기 청나라다. 일곱살이 되면 전족을 하고 다락방의 작은 창을 통해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여자는 억압 받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누슈’는 유일한 그들만의 소통의 방법이자 은밀한 의사 표현 도구였다. 소설 속 두 주인공 역시 부채 속 그림을 통해, 비단 위에 쓴 글씨를 통해, 그리고 수건 위에 적은 사연을 통해 희망과 꿈을 공유했다.

 이들이 ‘누슈’를 통해 우정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라오통’(老同)이라는 특이한 관습 때문이다. ‘라오통’은 다른 마을에 사는 두 소녀가 단짝으로 맺어져 평생 우정을 맺고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둘의 관계는 영원하다. 같이 동고동락 하면서 늙어간다. 의견 차이가 있다고 해서, 상대방이 더 좋은 신랑과 결혼했다고 해서 갈라질 수 없는 사이다. 마음으로 묶여진 의자매다.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의 두 주인공인 리빙빙(왼쪽)과 전지현.
작가는 두 여인이 남녀의 사랑보다 깊고 운명보다 질긴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부채의 오른쪽 상단 귀퉁이에는 달이 우리를 비추며 빛나고 있다. 우리가 뿌리가 얽힌 긴 덩굴이나 천년을 함께 서 있는 나무, 일생동안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는 한 쌍의 원앙새 같았다.”(본문 10쪽)

 ‘누슈’는 그 글을 쓴 여인이 죽으면 대부분 불태워졌다. 1930년대에는 일본군이 가보로 내려오던 ‘누슈’의 기록을 파괴했고,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홍위병에 의해 불태워져 거의 사라졌다.

 ‘21세기 펄 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문학성을 인정받는 미국 작가 리사 시가 쓴 장편소설이다. 미국에서 ‘Snow Flower and The Secret F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52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으며, 전 세계 38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조이 럭 클럽’ ‘스모크’로 이름난 세계적인 거장 웨인 왕 감독의 영화로 재탄생돼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지현은 여주인공 설화 역을 맡았고, 설화의 의자매인 나리 역은 중국 여배우 리빙빙이 맡았다. 양선아 옮김, 1만3000원

 강민영 전문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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