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임수정, '은은하게 파고들어 가슴속을 걷는 그녀'

사랑·결혼 환상은 없어요
하지만 180˚ 다른 '지우' 처럼
운명에 기대 살며 연기했죠
그래야 관객들의 심장
꿰뚫을 수 있는 거잖아요
배우 임수정. 사진=김용학 기자 yhkim@sportsworldi.com
배우 임수정에게는 ‘은은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여러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연기력과 매력을 한껏 뽐내면서도 튀지가 않는다. 그런데 알고보면 넘치는 힘이 있어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광고 등에서 펼치는 임수정의 활약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래서 임수정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자연스레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 임수정이 무겁지 않게 힘을 빼고 가벼운 듯 하면서도 가슴을 파고드는 연기로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8일 개봉하는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 임수정은 첫사랑을 의도치 않게 찾게 되는 뮤지컬 무대 감독 서지우 역으로 등장한다. 오랜 시간 가슴 속에 묻어뒀지만 뭇남성들과 연결되기 직전 핑계거리로 작용하는 첫사랑 김종욱으로 인해 지금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도 곧잘 추억으로 빠져드는 캐릭터다. 그런 서지우의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한 소심남 한기준 역에는 공유가 나와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새로운 영상미와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합격점을 받아놓은 상태. 임수정은 이번 캐릭터를 통해 털털하고 힘 있는 여성무대 감독부터 무대 위에서 대신 올라가 화려한 무대를 펼치는 여배우까지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보인다.

“관심이 있던 작품이었어요. 생각보다 오래 고민하지 않았고요. 뮤지컬은 실제 보지는 못했어요. 노래 부르는 장면이요? 그건 제가 직접 불렀어요. 그 동안 슬픈 멜로 위주로 출연한 것 같은데 솔직히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과 같은 작품 출연 제의가 들어오길 기다렸죠.”

지우는 끝맺음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지닌 여성 캐릭터다. 호두과자도 마지막 것은 안먹고 로맨스 소설도 결말은 보지 않는다. 가슴 속에는 그리움을 품고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그런 캐릭터가 실제 우리 주변에도 있겠지만 임수정은 본인과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해는 가고 이번 영화를 하는 순간 만큼은 지우라는 캐릭터가 돼야 했으니까요. 그래야 관객들의 심장을 궤뚫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영화 촬영 내내 지우로 살았지만 실제 저와는 전혀 달라요. 솔직히 말해서 전 사랑에 있어 운명을 처음부터 믿어본 적이 없어요. 사랑과 결혼에 대한 환상도 없고요.”

임수정이 가진 이미지와는 다른, 너무나 솔직한 설명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하면서도 스스로 실현시켜나가고 있는 꿈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영화 속 지우가 무대감독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배우에 대한 꿈을 못잊고 살아가는 것과 연관지어 본인의 꿈을 이뤘냐고 묻자 임수정은 당당히 그렇다고 했다. 현재 배우로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이나 진지하게 캐릭터에 대해 몰입하는 모습에서 꿈을 이룬 사람만의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실제 이번 역할을 위해 여성 무대감독들을 만나봤어요. 생각보다 훨씬 적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요. 그렇게 조사를 하고 공부를 하죠. 역할을 일단 맡게 되면 사회적인 인식이나 기준으로 이해하려고 하진 않아요.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인해 그 캐릭터나 사람의 진가를 모르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배우는 텍스트에 묘사된 인물들에 숨을 불어넣는 직업이란 멋진 표현으로 정의한 임수정은 이번 작품으로 행복한 연말을 보낼 것이라는 설렘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개봉한 ‘전우치’에 이어 1년만이지만 ‘김종욱 찾기’ 외에도 내년에 개봉하는 저예산 영화 촬영으로 바쁘고 알찬 한 해를 보낸 임수정에게 이번 작품은 또 하나의 선물처럼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로 남을 전망이다.

글 한준호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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