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유쾌한 '불량남녀', '부당거래' 뚫을까

'불량남녀'와 '부당거래' 포스터.
4일 개봉한 영화 ‘불량남녀’는 코믹함이 가득한 한국형 오락영화다. 덕분에 앞서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와의 대결에서 어떠한 결과를 낳을 것인지가 주목된다.

영화는 임창정과 엄지원이라는 두 남녀배우가 각기 신용불량자로 빚독촉을 받는 강력계 형사 방극현과 빚독촉에 나서는 카드사 채권팀의 김무령 역으로 등장해 치고받고 좌충우돌하며 마침내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전형적인 코믹 설정이다. 2007년 개봉한 ‘스카우트’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두 배우가 나란히 코믹 지존을 다투는 작품이어서 흥미를 모은다.

방극현이 한참 범인을 쫓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곧이어 귀가 따가울 핸드폰 벨소리와 함께 형사인 방극현이 빚독촉 전화를 받는 모습을 클로즈업 한다.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신용불량자가 된 방극현은 결정적인 순간에 계속 전화를 해대는 여자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이다. 어느날 소매치기범을 잡은 방극현은 경찰서로 찾아온 김무령을 만나게 된다. 김무령은 도둑맞은 지갑을 찾기 위해 방극현을 만나게 된다. 그 와중에도 김무령은 일 때문에 잠시 나가서 방극현에게 전화를 해서 빚독촉을 한다. 그렇게 서로를 모르던 두 사람은 결국 감정싸움에 휘말려 다시 만나게 된다.

형사와 빚독촉 전문가의 어색한 조합이 빚어내는 다양한 상황들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부분이 빚을 지고 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묘하게 중첩되면서 쓴 웃음을 짓게 만드는 풍자성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실제 빚 독촉에 시달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하 신근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해서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여기에 임창정의 기가막힌 코믹 애드리브와 그 동안 단아한 역할만 해오던 엄지원의 파격 변신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부당거래’는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등 연기파 배우의 열연에 세 배우가 연기한 경찰, 검사, 스폰서 등의 인물이 사실적으로 그려진 점과 이들이 펼치는 부당거래가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점,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탄탄하게 짜여진 가운데 흥미롭다는 점들이 강점이다. 그러나 ‘불량남녀’는 어두운 현실을 중량감 있게 표현하면서 대중에게 시사프로그램을 리얼하게 보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키며 입소문을 탄 ‘부당거래’와 맞붙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바뀌지 않느 현실을 드러내며 섬뜩한 결말을 보여주는 ‘부당거래’에 비해 밝고 환한 ‘불량남녀’의 엔딩도 그에 못지 않은 매력이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