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코미디영화 ‘방가?방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 따뜻하게 그려내

추석 극장가가 끝날 무렵 개봉하는 영화 한 편에 이목이 쏠린다. 이 시기는 영화계에서는 비수기로 통한다. 이 영화는 스타가 아닌, 20여년간 조연에 머물렀던 배우가 주연으로 데뷔하는 장편 데뷔작이다. 30일 개봉하는 김인권 주연의 ‘방가?방가!’(육상효 감독, 상상역엔터테인먼트 제작)다.

무엇보다 영화의 소재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팍팍한 삶이 주는 웃음과 눈물이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모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와 여고생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반두비’란 독립영화가 있었지만 장편 상업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작품이란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주인공은 한국사람이다. 김인권이 연기한 방태식이 취업을 못한 끝에 외국인 노동자 행세를 한다는 줄거리에 자연스레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담아냈다. 덕분에 관객들은 한국사람의 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 사람씩 자기소개를 하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방태식이란 인물이 등장해 자신을 부탄 사람 ‘방가’라고 소개하며 6년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말을 잘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 외친다. ‘단속이다!’ 불법 체류 외국인들을 단속한다는 말에 모두들 뿔뿔히 흩어진다. 방태식은 사실 충청도가 고향인 청년으로 만년 백수 생활을 벗지 못한 채 고향 친구인 용철(김정태)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기거한다. 용철 역시 노래방이 파리만 날리는 신세다. 

친구인 태식에게 부탄 사람 행세를 하라면서 취직을 강권한 것도 용철일 만큼 잔머리는 잘 굴린다. 의자 공장에 취업한 태식은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왕따인데다 한국인 노동자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다가 봉변을 당할 뻔 한다. 한국인이면서도 외국인 노동자 행세를 하니 받는 차별이 장난이 아니다. 그러다 외국인 노동자들 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노래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태식은 갖은 노력 끝에 합류한다. 더구나 아리따운 베트남 처녀 장미(신현빈)와 차곡차곡 사랑을 쌓아간다.

한국이란 나라가 이다지도 못난 나라였나 싶을 만큼 영화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멸시하고 차별대우하는 여러 한국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고향에 가족이 있지만 힘겹게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도 절절하게 그려낸다. 미친듯이 웃어대다가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영화다. 추석 연휴가 끝난 극장가 비수기에도 ‘방가?방가!’가 펼칠 흥행 잠재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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