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서 장경철은 김수현의 약혼녀를 살해했고 김수현 역시 장경철을 데리고 다니며 잔인한 학대를 일삼는다. 결국 두 사람의 대결은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다. 둘 다 건드려서는 안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개봉 후 끔찍한 살해 장면을 포함해 피가 낭자한 두 사람의 대결을 묘사한 것 때문에 뜨거운 논란에 빠졌다. 과연 이렇게까지 피를 보아야 하는 것인지. 그러나 자신의 연기력 만큼이나 최민식은 명쾌했다.
―영화의 잔인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영화에 대해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만큼 우리 사회에 건강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다는 것이잖는가. 물론, 과도한 폭력 장면이 들어감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그저 작품으로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이 영화는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당연히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연쇄살인범을 연기했다. 과연 연쇄살인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연기했나.
▲친구 부인이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덕분에 만나서 연쇄살인범의 범죄행각을 직접 들어보고 어떤 이유에서 이들이 사람을 그렇게 죽였는지도 알게 됐다. 결국 언론에서 접하는 사건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추구한 것인데 이번 캐릭터에 나름 도움은 됐다. 다만,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다. 군대에 안가본 이들이 군대 이야기를 들은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쨌든 이들의 살해 동기를 논리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연기에 임했다. 장경철이란 캐릭터로 폭력의 중독성을 표현하려고 했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두 번이나 받고 겨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으로 상영할 수 있었다. 영화 촬영하면서도 너무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힘들진 않았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두 번은 의외였다. 김수현의 약혼녀를 죽이는 장면에서 심의 때문에 잘린 신이 있다. 약혼녀의 팔을 잘라서 버리는 모습인데 더미를 갖고 연기했다. 그런데 감촉부터 시작해서 어찌나 진짜같던지 끔찍했다. 정말 힘들었던 장면은 수현의 장인을 아령으로 내리치는 장면이었다. 사람과 똑같이 생긴 인형을 대신 내리쳤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육체적 고통보다 정서적으로 지쳤다. 다시는 이런 영화 못찍겠다는 생각도 했다.
―심의 등 영화에 대한 규제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나.
▲사실 어느 정도 규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내 신조는 고급예술과 포르노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라면 볼 영화를 취사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러한 영화들도 포용하고 그래야 건강한 사회다. 우리 영화에서 보여지는 폭력이 담론이 되고 무언가 긍정적 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5년간 연극과 독립영화 한 편 외에 이렇다할 활동이 없었다. 어떻게 지냈나.
▲작품 활동을 못하는 것에 대한 조급함이나 답답함은 없었다. 있었다면 어떤 영화든 했을 것이다. 천성이 베짱이다. 물론,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여행을 원없이 다녔고 정리정돈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영화판은 잠시 떠나있었을뿐이다. 나는 일을 안하고 있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술자리에서 다양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스스로 여러 사람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많이 했다.
―앞으로 블록버스터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라. 향후 계획은.
▲좋은 작품 있으면 당연히 한다. 이제 일을 시작했으니까 몸부터 관리에 들어갈 생각이다. 차기작은 시놉시스만 나온 상태다. 워낙 영화판이 어려워져서 구체적인 사항을 말씀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글 한준호, 사진 김두홍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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