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현직 변호사 가수 이은민 “엄친딸 아니에요”

싱글 '기어이' 호소력 짙은 목소리 인기
단정한 정장차림, 똑 부러지는 말투, 세련된 매너…

첫 인상부터 확실했다. ‘현직 변호사 가수’라는 타이틀은 그녀를 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음악을 향한 그녀의 열정만큼은 쉽게 규정할 수 없다. 변호사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노래를 향한 고민까지도 놓지 않고 있는 가수 이은민을 만났다.

최근 ‘기어이’라는 노래로 사랑받고 있는 가수 이은민. 그녀는 2007년 ‘지겹죠’로 데뷔해 주목을 받았다. 데뷔 당시 변호사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데뷔했다가 지난해 9월 두 번째 싱글 ‘리-하트’로 활동하던 도중 변호사라는 직업이 알려져 큰 화제를 낳았다.

한 마디로 ‘스펙’이 빵빵하다. 서울대 인문학부를 졸업한 이은민은 200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200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2007년부터 법무법인 세종에서 국제분쟁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왜 가수를 할까.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정말 무대에 서고 싶어요”라는 단순명료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은민은 ‘취미생활로 가수 하나’는 일부의 시선을 가장 불편해한다. “갑자기 앨범을 낸 것이 아니에요. 대학시절부터 음악을 한 번도 놓지 않았어요. 상투스라는 음악서클에서 활동했고, 많은 장르의 음악을 경험했어요. 코러스 무대에 서기도 했죠”라고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호소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엄친딸’이라고들 한다. “저를 슈퍼우먼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이 그 말을 들으면 웃을 거예요. 제가 많이 부족하고 허술해요. 능력이 대단하지 않아요”라고 자신을 낮춘다. 겸손하기까지 하다.

“변호사, 가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니 잠도 못자고 육체적으로 힘들어요. 그러나 그것을 모두 상쇄할 만큼 노래가 좋아요. 변호사 업무라는 것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서류와 싸워야하는 정신노동이에요. 만약 음악이 없다면 너무 힘들었겠죠.”

이번 ‘기어이’는 대중가수로서 이은민의 영역을 확실하게 해줄 노래다. 히트 작곡가 김세진이 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은민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니 듣기에 좋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재미가 있어요. 목소리 톤도 바꿔보고 변화를 줬어요. ‘기어이’는 음악적인 실험을 많이 했어요. 김세진 작곡가가 저를 자유롭게 해주셨죠. 하고 싶은 대로 작업했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커요.” 노래 이야기를 할 때 그녀의 눈빛은 더욱 빛난다.

“변호사 생활은 이제 4년차에요. 책임질 것이 많은 직업이잖아요. 전문가라는 의식을 놓지 않아요. 그런데 가수로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 등 가창력이 무척 뛰어난 가수들을 동경했어요. 지금은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음악 전체를 아울러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이은민은 ‘음악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내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어요. 그런데 제가 음악을 가지고 고민하는 지금 이 순간조차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내가 어떤 가수일까’ 정체성을 묻곤 해요”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올해 정규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에요. 내 색깔을 보다 강하게 넣고 싶어요”고 희망한다. 과연 그녀의 음악은 어떤 색일까. 은근히 발랄한 성격을 보면 무채색은 아닐 것이다. 알록달록 무지개빛깔이 될 이은민의 앨범을 기대해 본다.

스포츠월드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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