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세상 구원 ‘칼의 대화’

통렬한 풍자… 황정민·차승원 대결장면 볼만
동아시아 3국 전쟁이라 불리는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4년 후, 왕족 서얼 출신인 이몽학이란 인물이 비밀결사 조직을 결성해 왜군을 막는다는 명목 하에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점차 형세가 불리해져 부하들에 의해 목이 날아가면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정여립은 임진왜란 직전 활쏘기 모임인 대동계를 조직해 무력을 기른다. 하지만 고발에 의해 본인은 자살하고 수많은 양반들이 그에 연루돼 죽음을 맞는다. 박흥용 화백은 이 두 이야기를 적절히 배합해 만화를 만들었고 이 작품으로 이준익 감독은 동명의 영화를 제작했다. 이름하여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지휘 아래 역사적 사실에 지배층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풍자성을 겸비했다. 이몽학 역의 차승원과 그를 막는 맹인검객 황정학 역의 황정민은 역시 연기파답게 영화에 활력과 흥미를 불어넣는다. 견자 역의 백성현은 놀라우리만치 신장된 연기력으로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기생 백지 역의 한지혜는 첫 사극임에도 고혹적인 기생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조선중기 선조시대. 왕은 무능하고 신하들은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비생산적인 정쟁에 빠져있다. 정여립은 이에 상관하지 않고 왜구를 막기위한 조직인 대동계로 조정에 충성을 다한다. 그러나 서인이 역모로 몰고 동인이 방조하는 가운데 정여립은 대역죄인이 된다. 자살한 정여립은 참수되고 그의 가족들은 모두 죽임을 당한다.

이 때 이몽학이 대동계의 수장이 되고 정여립의 친구이자 대동계를 함께 이끌던 황정학은 이상한 낌새를 차리게 된다. 이몽학이 이끄는 대동계 일파는 정여립을 역모로 몬 서인의 주요 대신들을 습격하고 그 와중에 서얼이라 차별받던 견자는 아버지를 잃고 황정학에게 구원받는다.

와이어 액션은 없다. 두 발을 디딘 채 칼을 휘두르는 배우들의 대결을 보노라면 와이어 액션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인지 깨달을 정도로 검 대결 장면이 잘 만들어졌다. 무능한 지배층에 대한 풍자는 통렬하다. 하지만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불분명하게 처리돼 아쉬움을 남긴다. 결말이 선악구도였다면 이름값을 못했을 영화다. 그저 결말을 통해 지긋이 메시지를 음미하면 나름 영화의 멋을 느낄 수 있다. 29일 개봉.

스포츠월드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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