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칼럼]힙합아티스트 에픽하이의 음악적 ‘아우라’

김디지 힙합래퍼
‘아우라(Aura)’는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의 예술이론으로, 예술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뜻하는 말이다. 음악가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으며 그 아티스트의 고유의 색을 보여주는 것이 작품이다.

음악작품들은 음악가의 목소리를 비롯한 발성 분위기 무대매너 혹은 앨범 재킷 등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아티스트의 고유성을 보여준다. 아티스트의 고유성은 어찌보면 예술가의 고집과 집념이 만들어낸 에너지이자 예술작품의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유일한 현존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독특한 고유성을 지닌 작품에서만 가능한 예술적 아우라는 복제품이나 대량생산된 작품에서는 경험될 수 없는 것이다.

2003년 가을에 데뷔해 7년 동안 11장의 앨범을 발매한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는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앨범마다 대중과의 호흡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놓치지 않는 대표적인 국내 힙합 아티스트다. 에픽하이의 음악은 부드러운 사운드 질감에 냉소적인 가사 그리고 일렉트로니카를 응용한 음악적 실험상으로 언더와 메인스트림의 경계를 넘는 그들 고유의 음악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연극에서 극의 종말에 추가한 끝대사 또는 보충한 마지막 장면을 말하는 ‘에필로그(epilogue)’는 에픽하이의 새로운 앨범의 타이틀이다. 7년동안 11장의 앨범을 거쳐 이어 온 음악생활 중 신곡들은 물론, 몇년동안 수백개의 곡들을 만들면서 숨겨뒀던 혹은 완성하지 못했던 작업물들 중에서 좋은 모티브의 작품들 모아 완성한 이번 그들의 앨범은 이번에도 멤버들이 모든 곡을 직접 작곡·작사·편곡하며 꼼꼼한 독착성과 음악적인 고집을 들어내며 에픽하이 고유의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인 병들로 인해 앓고만 있는 수많은 사람들, 꿈은 높은데 현실은 늪처럼 느껴지는 소외된 모두를 향해 외치는 위로의 한마디를 담은 이번 그들의 타이틀곡 RUN은 ‘질주’를 연상시키는 연주와 리듬 위에 에픽하이 특유의 문학적인 가사가 경쾌하면서도 감성 풍부한 곡으로 에픽하이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는 곡이다.

상업성과 아티스트 고유의 색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은 어쩌면 아티스트에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예술성이 상업성과 반비례가 된다는 사실은 없으나 그간 많은 아티스트들의 특유의 질감을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는 인색했다.

하지만 에픽하이는 대중들의 시선과 그들 고유의 문학적 색채가 만들어낸 에픽하이 고유의 아우라를 만들었고 그것이 대중들의 감성과 일치했다. 앞으로 몇 년간 공식적인 활동이 없음을 선언하고 발표한 이번앨범 역시 그들의 앨범을 기다리는 대중들에게 그들의 아우라를 보여주는 좋은 앨범으로 팬들의 기다림에 대한 충분한 보답이지 않을까.

 김디지 힙합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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