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 서혜정은 예전에 이미 KBS2 인기미드 ‘X파일’에서 여주인공 스컬리의 목소리를 맡은 인물이다. 당시 서혜정은 “정점을 찍었으니, 이제 내려갈 날만 남았구나” 조용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치솟은 인기로 모든 게 변했다.

tvN 오락프로그램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에서 맡은 내래이션이 세간의 화제로 떠오른 것.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다큐멘터리 톤을 선보이며 대박을 터트렸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은 정형돈과 정가은이 남녀의 심리를 코믹하게 연기하는 프로그램. 감정이 없는 서혜정의 심각한 목소리에서 ‘이런 된장’ ‘제기랄’ 등이 튀어나올 때면 시청자들은 은근한 카타르시스에 자지러지기도 했다. 이제는 서혜정의 목소리 없는 남녀생활탐구는 ‘앙꼬 없는 찐빵’ 소리를 들을만큼 이 코너의 백미로 꼽힌다.

우리가 듣고 웃어 넘기는 목소리지만, 제작진과 서혜정 성우는 내래이션 콘셉트를 잡느라 함께 머리를 쥐어짰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어떠한 설정을 원하시는지 몰랐어요. 열의를 갖고 설명하시는데 요구하는 사항이 매우 복잡했어요. 감독님은 ‘X파일’의 스컬리의 목소리의 섹시함 속에 딱딱한 무표정한 목소리를 원했죠. 말로는 전달이 안 되는 복잡한 사항이라 처음에 설정을 잡느라 고생을 했습니다.”

‘남녀탐구생활’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서 성우는 최근 각종 패러디물 CF에서도 직접 내레이션을 맡아 독특한 매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요즘은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막내 아들이 올해 스무살이지만 요즘 서혜정의 미니홈피에는 초등학생들까지 방문해 댓글을 남길 정도. 서혜정은 “초등학생들이 ‘안녕 누나’라고 할 때도 있다. 이번 배역으로 나이를 초월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서혜정은 초등학교 때부터 성우를 꿈꿨다. 그는 종종 엄마의 무릎을 배고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를 자연스럽게 성우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고등학교 시절 서울예술대학교가 연 방송경연대회에 나가 연기상을 받은 서혜정은 대학시절 KBS 공채 성우시험에 합격, 꿈을 이룬다. 일찍이 성우가 된 그는 지금까지 숨돌릴 틈없이 활동해왔다. 루브르박물관의 한국말 서비스를 했고 국립묘지 안장식 과정에서 나오는 시낭송을 하기도 했다. 114 전화번호 안내 목소리, 국세청 ARS, 삼성·현대·롯데그룹 등의 ARS 목소리의 주인공이 그다. MBC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고정 출연하고 있고, 교통방송 주말 라디오 프로그램도 진행중이다.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한비야를 꼽은 그는 성우 활동 외에도 다양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는 과거의 인생을 엮은 책 ‘속상해 하지마’를 펴냈다. 후학 양성에도 나선다. 올해부터 경민대 독서콘텐츠학과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

28년 동안 성우의 길을 걸어온 서혜정의 계획은 뭘까. 서혜정은 “앞으로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끝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서혜정, 그의 얼굴이 소녀처럼 아름다운 이유였다.

글 스포츠월드 황인성, 사진 김용학 기자 enter@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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