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옥+웰빙식단… ‘멋과 맛의 여행’

[2010 한국방문의해 3대축제 개최지 순례] ① 전주 세계음식관광축제
삼천동 막걸리골목 '사랑채 막걸리'의 푸짐한 공짜 안주들.
풍남동 '양반가'의 한정식, 갖가지 제철 요리들이 한상 가득 차려 진다.
2010년은 ‘한국방문의 해’ 행사의 첫 해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방문의 해 위원회(위원장 신동빈)는 지자체와 함께 다양한 축제를 준비중이다. 그중 가장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3대 축제인 전주 세계 음식 관광 축제, 부산 불꽃 축제, 경주 한류 축제의 개최지를 스포츠월드가 한발 앞서 소개해 본다.

대장금의 ‘장금이’와 식객의 ‘성찬이’가 눈이 맞아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어디로 갈까?

아마도 그 행선지는 바로 전북 전주가 될 것이다. 라면 하나 시켜 먹어도 반찬이 다섯 가지 나오는 곳이 전주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 몇 장 있으면 하루 종일 배 터지게 온갖 맛나는 음식을 섭렵할 수 있다. 가격대비 성능만 좋은 것이 아니다. 개성음식의 고급스러움과 남도음식의 풍성함이 중간에서 만난 절묘한 밸런스의 맛이 전북 전주 음식이다. 몸과 마음이 허전하다면 당장 전주행 기차에 몸을 싣고 떠나라. 웰빙의 진수가 무엇인지 절절히 느끼고 돌아오는 여행이 될 것이다.

전주의 옛 지명은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백제시대에는 완산(完山)이라 하였는데 마한국명으로는 원지국(圓池國)에 이른다. 서기 757년 의자왕이 나당 연합군에게 패해 신라땅이 되면서 전주(全州)라는 지명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주의 특별한 음주 문화 '가맥'.

전주 관광의 중심지는 역시 교동 일대의 ‘전주 한옥 마을’이다.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승광재, 설예원, 아세헌, 풍남헌, 동락원, 학인당 등 여러 시설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한 곳은 전주 최씨 종가와 마주하고 있는 ‘동락원’이다.

이곳은 현재 전주기전여자대학 부설 전통문화생활관으로 100여 년 전 전주 한옥의 옛 모습을 재현한 집으로 사랑채(청유재)와 안채(승독당) 그리고 행랑채를 갖춘 전통 한 옥으로 방의 구조와 위치에 따라 5만원 부터 40만원까지 체험 요금이 다르다. 머슴이 머무르던 행랑채가 당연히 저렴하다. 원하는 곳에 숙박을 하려면 예약을 서두르는 게 좋다.

한옥 바람이 불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어디 가나 한옥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만 이곳에 한옥촌이 생기게 된 배경은 특별하다. 1930년을 전후로 서문밖에 살던 일본인들이 세력확장을 확장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전주사람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 이곳 한옥 밀집 지역의 효시다.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의 발로였다. 
한옥체험과 전통문화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동락원'.

가장 높은 곳인 오목대에 올라서면 기와지붕이 끝없이 이어진 뒤로 현대식 고층건물들 보이고 한옥마을 남쪽 끝으로는 로마네스크 양식이 고풍스러운 100년도 넘은 건축물 전동성당이 보인다. 한옥마을 구석구석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 작은 갤러리와 박물관 등이 있어 골목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전주의 중심지 한옥마을에 여장을 풀고 경기전, 전동 성당을 지나 길을 건너면 전주성곽의 남문인 ‘풍남문’이 나오고 그 맞은편이 ‘남부 시장’이다. ‘현대옥’ 등 남문시장식 콩나물 국밥이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숨겨진 먹을거리 역시 무궁 무진하다. 최근 가장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것은 ‘조점례 남문 피순대’집으로 대표되는 ‘피순대’다. 당면을 넣지 않고 야채와 고기, 돼지피를 수작업으로 돼지 창자에 채워 만든 피순대는 다른 지역의 요리보다 한결 부드럽고도 진한 맛이 특징이다. 접시에 내오는 순대보다 순댓국을 먹는 사람이 많다. 24시간 영업을 계속한다. 팥죽, 보쌈 등 근처 시장골목 곳곳에는 맛깔스럽게 생긴 음식들이 즐비하고 규모가 제법 큰 재래 시장 구경을 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살짝 시장기가 찾아 오면 전주 비빔밥만큼 유명한 전주 돌솥밥을 먹어 보자. 완산구 중앙동 4가에 있는 ‘반야 돌솥밥’이 원조다. 온갖 견과류와 버섯, 계란 노른자가 들어있는 돌솥밥에 특제 양념 간장을 쓱싹 비벼 먹는 그 맛은 누구라도 좋아 할듯하다. 절집에서 유래했다는 자극성 없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가을에 열리게 될 전주 세계 음식 관광 축제를 찾은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한 그릇 비울 만하다. 
오목대에서 바라본 전주 한옥마을 전경.

저녁 만찬을 위한 메뉴로는 역시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낸 한정식이 제격이다. 한정식이란 단어를 싫어한다면 ‘한 상 차림’이라 표현해도 좋다. 백번집, 송정원, 전라회관 등 시내 곳곳의 한정식집과 함께 한옥마을 한복판에 있는 ‘양반가’등이 유명하다. 남도 한정식에 비해 자극성이 덜하고 간이 세지 않은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술 한잔 걸치고 싶다면 삼천동 막걸리 골목으로 가자. 수십 개의 막걸리 전문점이 성업 중이고 전주 특산 막걸리를 주전자 단위(1주전자 1만 5000원, 두 번째부터 1만 2000원)로 판매한다. 스무 가지도 넘는 안주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 공짜 음식이라고 질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웬만한 한정식집 부럽지 않은 수준의 메뉴들이 나오며 주전자가 바뀔 때 마다 음식의 종류가 전체적으로 교체된다.

막걸리에 거나하게 취했지만 뭔가 아쉽게 느껴진다면 전주의 특별한 음주 문화 ‘가맥’을 체험해 보자. ‘가게에서 먹는 맥주’의 줄임말인 가맥은 ‘전일슈퍼’ 등 동네 구멍가게에서 술꾼들에게 맥주와 함께 갑오징어 등의 안주를 제공하던 문화에서 기인한다. 시내 곳곳에 가맥을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이 있고 맥주 한 병은 딱 2000원만 받는다.

다음날 아침 해장은 당연히 전주식 콩나물 국밥. 현대옥, 왱이집, 삼백집 등 전통의 강호와 함께 최근 뜨는 집은 웽이집 길건너편 동문원이다. 시원한 콩나물 국밥 한 숟갈을 계피 등 한약재가 가득한 모주와 함께 곁들이면 숙취 따위는 한방에 날아간다.

전주=글, 사진 스포츠월드 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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