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시간이 흘러 주변의 경관이 변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기존의 명당은 퇴색되고, 새로운 명당이 개척되기 마련이다. 또 자고 나면 변모하는 개발지의 경우 흉지(凶地)가 길지(吉地)로 변하는 예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까닭에 우리나라의 부촌 변천사를 읽어내면 미래의 부촌을 예측할 수 있다. 보통 지운의 주기는 20년씩 구분되지만, 대개 발복의 기운은 40년간 보존되므로 30년 정도를 평균 선으로 잡으면 무난할 듯싶다. 사람의 정서도 보통 30년간 유지된다고 한다.
60년대 이후 한국의 부촌은 강북에서 한강으로, 그리고 강남으로 동남 축을 따라 남하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에 성북에서 성남으로 부촌이 이동하는 시나리오는 꽤 설득력이 있는 편이다. 해방직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촌이 강북이라면 재벌 2세와 3세, 그리고 신흥재벌은 강남에 집중 분포한다. 해방 전 한강변 농지였던 청담동과 압구정동은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의 부촌시대를 열었다.
부자들이 강남에 몰려들기 시작한 때는 본격적인 강남 개발이 이루어지던 70년대 후반부터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첫 분양 때부터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특혜 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압구정동은 여전히 부촌 대열에 꼽힐 뿐 아니라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의 부촌 한남동과 마주보며 부자마을의 자웅을 겨루고 있다. 90년대 강남의 지존 압구정동은 2001년경 대치동에 밀려났다. 신흥 강자로 떠오른 곳은 인근의 도곡동이다.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도곡동 일대는 부촌의 계보를 잇는다. 60년대와 70년대가 강북시대라면,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는 한강(강북)시대로 볼 수 있다. 80년대 이후 90년대는 한강(강남)시대, 90년대와 2000년대는 강남시대 정도로 구분해서 한국 부촌의 이동 경로를 설정한다면 2010년을 분기로 차기 한국을 대표하는 부촌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부촌이 이동한 경로를 살피면 향후 부촌으로 주목되는 곳은 판교 일대의 전원 주택지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부촌이 급격하게 쇠락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부촌의 역사는 보통 반세기 정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 일대의 물줄기 흐름은 부의 원천으로 향후 20년 이상 건재함을 과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나 20년 이상 강남에 빼앗겼던 주도권이 강북으로 돌아오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제한된 지역의 협소성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판교 주변의 성남 일대와 분당, 용인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규모 면에서 우위에 있다. 특히 기대치가 높은 성남 서울공항 주변 지역은 총면적이 500만평에 육박해 정책 변화에 따라 기존 강남 지역을 능가하는 부촌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근래 들어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름을 떨치며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이 근처에 가면 엄청난 높이로 위압감을 주는 빌딩들이 줄지어 서있다. 분당 풍수가 영장산을 진산으로 삼는 장풍국(藏風局)이기 때문일까. 풍수에 “산에서 인재 나고, 물에서 부자”난다고 했는데 이곳은 이제 새로운 인재들로 넘쳐날 태세다.
김상회 역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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